달러 고갈에 외환시장 ‘식물’ 상태 _여자 포커 게임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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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금융시장은 한마디로 폭격을 맞은 듯 아비규환이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66.9원이나 폭등해 1,400원대 목전까지 갔고 코스피지수는 1,300선이 무너졌다. 천장과 바닥을 모르게 치솟고, 추락하는 환율과 주가에 시장 참가자들은 넋을 잃었다. ◇ 딜러들 "모니터 보기가 무섭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66.9원 폭등한 1,395.0원에 마감했다. 뉴욕증시 폭락 여파로 환율 상승은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급등세에 다들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 을지로 하나은행본점 9층 딜링룸. 이날 장 막판 환율이 1,390원을 돌파하며 치솟자 딜링룸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장 마감을 앞두고 이뤄진 긴박한 거래 주문에 딜러들의 전화기에는 불이 났다. 이 은행의 오치운 외환파생상품 부장은 "말 그대로 공황상태"라며 "`멍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실수요가 있어 나름대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시장이 워낙 민감해 작은 주문에도 극히 소란스럽다"고 전했다. 특히 환율이 오후 들어 한때 1,398.00원까지 치솟자 딜링룸은 `설마 '하는 공포감으로 가득찼다. 결국 오후 3시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대폭으로 급등한 채 마감되자 곳곳에서 "아∼"하는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외환 딜러들은 환율 시황을 보여주는 모니터만을 쳐다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로 3주 넘게 하루하루가 전쟁터"라며 "화장실만 갔다 와도 환율이 급변동하다 보니 딜러들도 이제는 손을 놓고 지켜만 볼 뿐"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환율 전망 무의미"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환율 전망은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공포감이 진정되지 않고 있어 급등락 장세가 지속할 수 있다"며 "환율 레벨을 말하는 게 무의미한 장세"라고 말했다. 기업의 결제수요와 투신권의 환율변동 위험 헤지 청산 수요가 몰렸지만 수출업체들은 달러화 매도를 자제하면서 환율 폭등을 부채질했다. 여기에 코스피 지수 1,300선이 붕괴한 점도 외환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날 외환시장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 상태였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사자, 팔자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면서 시장이 움직여야 하는데, 전 세계적인 금융 불안으로 환율이 더 올라갈 것 같으니까 달러를 내놓은 사람은 없고 사려는 사람만 있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 요인이 있음에도 시장 참가자들이 상승 요인만 쳐다보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뾰족한 묘수가 없다"며 환율이 사실상 당국의 통제선을 넘었음을 시인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변수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 양상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환율 상승 폭은 통상 추이를 벗어나 설명이 안 되는 점이 있다"면서 "연말이 되면 경상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외화자금 공급이 계속 위축되고 있고 외화자금 결제수요가 많아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도 "환율은 사실상 통제선을 넘어서 글로벌 신용경색의 불안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며 "결국 글로벌 신용경색이 풀리지 않는다면 환율은 당분간 불안한 움직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