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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가 지난달 국민 부담을 덜겠다며 내년부터 약값을 큰 폭으로 내리는 방안을 발표했었죠, 그런데 제약업계는 국내 제약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정홍규 기자! 정부의 약값 인하 조치 이후 제약업계가 신입사원 선발도 거의 중단했다면서요? <리포트> 네, 국내 10대 제약사 가운데 5곳을 조사해 봤는데요, 예년 같으면 이 5개 회사가 하반기에만 3-400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했는데, 올해는 사실상 신입사원 채용을 중단했습니다. 정부의 약값 인하 조치가 제약사 경영에 직접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정부는 내년부터 처방약 약값을 평균 17% 내리기로 했는데요, 이로 인한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 감소액은 2조 천억 원이나 됩니다. <인터뷰> 이경호(제약협회장) ; "제약업계의 영업이익이 다해서 1조 5천억 정도 됩니다.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게 되는 거죠." 제약업계는 이 정도의 약값 인하 폭이라면 판매관리비 삭감과 인건비 절감 등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제약사의 성장동력인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마저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제약협회는 어제 항의의 표시로 다음 달 초 200여 회원사가 모두 참여해 하루 동안 생산 중단을 하기로 결의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질문> 정부의 약값 인하 조치가 이렇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건 아무래도 국내 제약산업이 그만큼 영세하기 때문이겠죠? <답변> 지금 제가 들고 있는 게 바로 발기부전치료제로 유명한 비아그라입니다. 이 비아그라를 만드는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의 지난 한해 동안의 매출이 무려 69조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국내 제약산업의 전체 생산 실적은 15조7천억 원으로 화이자의 1/4 도 안 됐습니다. 국내 제약회사 가운데 매출 1조 원이 넘는 곳은 한 곳도 없고요, 1위인 동아제약도 재계 순위 361위에 불과했습니다. <질문>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와 자동차 업체는 나오는데 왜 유독 제약산업은 이렇게 영세한 건가요? <답변> 신약 개발의 역사가 서구 선진국에 비해 크게 늦은 것도 있지만, 그동안 잘못된 산업 구조와 기업 관행도 한 몫을 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게 국내에서 고혈압 환자에게 처방되는 약들입니다. 이 가운데, 미국 화이자사가 만든 노바스크가 오리지널 신약이고, 나머지는 상표만 다르고 성분은 같은 국내 제약사의 복제약들입니다. 이런 현상은 과거 정부가 제약업을 육성한다며 복제 약값을 오리지널의 90%까지 쳐주면서, 제약사들이 앞다퉈 복제약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신약 개발 연구는 외면해,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다국적 제약사의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결국 어려운 신약 개발 대신, 리베이트를 앞세운 복제약 영업으로 손쉬운 이득을 챙기다보니 국내 제약산업은 허약해질대로 허약해 진 것입니다. <질문> 결국 신약개발만이 우리 제약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인 것 같아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신약개발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신약개발의 역사는 1986년 시작돼 99년에 첫 결실을 맺었는데요. 지금까지 개발된 국산 신약은 모두 17개에 불과합니다. 이를 위해 6천여억 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가 들어갔지만, 정부 지원은 3%대에 불과한 213억 원에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약값 인하 뒤 최근 발표한 신약 개발을 위한 지원금은 9년간 5천3백억 원으로 연간 6백억 원이 채 안 되는데요. 약값 인하로 인한 2조 원 대의 매출 손실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인터뷰> 여재천(한국신약개발조합 상무) : "이 몇백억 원밖에 안 되는 연구비로는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글로벌 신약이 나올 수 없고, 재투자로 인한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이 안 되고..." 따라서 약값 인하를 되돌릴 수 없다면, 정부가 약값 인하로 절감되는 재정의 일정 부분을 연구개발에 지원을 해줄 때만이 정부가 목표로 하는 글로벌 신약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