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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운동장 옆에 사는 것이 무슨 잘못이길래 공이 밉답니다. 뭐길래, 할머니의 속마음은 30년 동안 시커멓게 타들어 갔습니다. 축구공, 배구공 등 학생들이 차고 던지고 노는 공 때문에 30여 년의 세월을 고통속에 살아온 팔순 할머니가 있습니다. 이제는 동네에서도 일명 공할머니라고 불릴 정도인데요. 공할머니의 공에 얽힌 사연을 알아봤습니다. 출동삼총사 오늘은 이해연 기자입니다. ⊙기자: 경사진 골목을 한참이나 걸어 도착한 88살 윤묘연 할머니의 집. 딸과 외손자 이렇게 세 식구가 사는 작은 집에 어찌된 일인지 여기저기 공이 뒹굴고 있습니다. 마루 아래는 물론 창고에도 한가득 공을 담은 자루가 여러 개 눈에 띕니다. ⊙기자: 공 종류도 많네요, 할머니. ⊙인터뷰: 천지지... ⊙기자: 할머니집에 이렇게 공이 모이기 시작한 건 30년 전부터. 집 바로 위에 있는 중학교 학생들이 잘못 찬 공이 마당으로 날아들면서부터입니다. 할머니가 보관하고 있는 공은 수십개가 넘습니다. 공을 찾으러 오는 학생들에게는 되돌려주고 있지만 넘어오는 공이 워낙 많아 이렇게 쌓여가고 있는 것입니다. ⊙고선자(윤할머니 딸): 30년 동안 이것만 넘어왔다면 별로 없죠. 지금까지 모아놓았으면 우리 짊어지고 다닌 거보다 클 거예요 ⊙기자: 하루에도 두세 번씩 지붕위로 공이 날아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는 윤 할머니. 30년을 온 가족이 불안속에 살았습니다. ⊙이웃주민: 우리가 지붕은 바꿨어요. 얼마 안 있어 공이 날와 또 구멍이 나고 장독 또 깨지고... ⊙기자: 얼마 전에는 공을 찾으러 온 학생이 할머니를 밀치고 가버려 할머니의 굽은 등에는 며칠째 약이 떠나질 않습니다.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할머니집으로 날아온 공 때문에 지붕이 깨지면서 이렇게 비까지 새고 있습니다. 이런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20여 평 남짓한 집을 팔려고도 했지만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고선자(윤할머니 딸): 집을 한 번 팔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오십 몇 살 먹은 아주머니가 오셨더라고. 와서 보고는 아이고 이 집이 공 넘어와 가지고 애먹는 집이네, 그래 가지고 안 하고 갔어요. 소문이 나 가지고 다 알아요, 우리 집은. 공 넘어와서 애 먹는다고. ⊙기자: 학교를 찾아가 하소연하길 수십차례. 지붕수리와 그물망 설치를 요구했지만 할머니는 극성스런 늙은이로만 취급받았다며 흥분합니다. ⊙윤묘연(88살/부산 전포동): 여름 다 가기 전에 해줄께요. 겨울엔 여름방학때 해 준다고 하다... 안 해줘요. ⊙기자: 할머니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은 나름대로 미안한 마음을 가집니다. ⊙부산 동의중학교 학생: 농구는 그냥 하고 축구는 살살 차죠. 조금 미안하죠, 조금은 미안하죠. 이웃 주민들한테 미안하죠. ⊙기자: 최근 이러한 딱한 사연이 바깥으로 알려지면서 학교측에서는 그제서야 공이 넘어가지 않도록 학교 담장에 그물망을 설치했습니다. ⊙부산 동의중학교 교장: 그 동안에 너무 소홀히 했다는 그런 이야기 밖에 드릴 수 없구요. 우리는 나름대로 조금 신경을 쓰고 조처를 지금 취해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 ⊙고선자(윤할머니 딸): 엄마가 여기 살았다면 그렇게 30년 동안 내버려 둘 수 있겠습니까? 무슨 낯장으로 여기 왔어요. 무슨 얼굴로 여기 왔어요? ⊙기자: 일이 이렇게 되고서야 뒤늦게 관심을 표시하는 학교측의 처사에 할머니의 가족들은 더 울화통이 터집니다. 조금의 성의만 있었다면 금세 해결할 수 있는 일을 30년이나 끌어온 것을 이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부산 동의중학교 교장: 할말 없죠. 미안한 생각밖에 없는데. ⊙기자: 시도때도 없이 집으로 날아드는 공 때문에 겪어야 했던 30년간의 고통. 이렇게 쉽게 해결됐지만 할머니는 지난 세월의 상처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KBS뉴스 이해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