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꿈꾸는 복권중독증 확산 _지금 놀고 돈 벌어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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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당첨금이 무려 200억 원대의 복권까지 등장하면서 곳곳에 복권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복권중독증에 걸려서 황폐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실상을 기동취재부 이동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올해 나이 75살인 이 할아버지는 꿈에 젖어 복권판매소를 찾습니다. 당첨된 복권 몇 장과 함께 5만 원을 보태 복권 30여 장을 또 삽니다. 지갑에는 당첨을 기다리는 복권 100여 장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렇게 한 지가 벌써 30년이 됐습니다. ⊙복권구입자/경력30년: 안 산다 소리 하면서도 자꾸 사죠. 인이 박혀서요. ⊙기자: 15평 남짓한 할아버지의 집에는 방 하나가 아예 복권창고입니다. 이미 낙첨된 복권들을 종류별로 또는 조별로 차곡차곡 정리해 보물단지마냥 보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산 복권은 무려 30여 만 장. 돈으로 치면 2억 원 이상을 날렸지만 미련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자: 이 번호가 당첨된다는 것이 보입니까? ⊙복권구입자/경력30년: 보이죠. 3개월치 당첨 번호를 보고 공부하죠. ⊙기자: 5년 전부터 복권에 빠진 김 모 씨는 일터에 나가기도 전에 인터넷 복권방부터 들릅니다. 뻔한 결과로 일당을 미리 날려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통장 잔고가 바닥나 구매조차 안 됩니다. ⊙김 모씨(건설근로자): 복권이라도 사야 희망이 보일 것 같아요. 터졌다 하면 몇 억이니까. ⊙기자: 현재 전국에 200여 개가 성업중인 복권방에는 아예 즉석에서 결판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다들 열심히 대박의 꿈을 긁어보지만 결과는 대부분 허탈함뿐입니다. ⊙즉석복권 구입자: 일주일에 한 세 번 정도 와요. 안 오면 궁금해요. ⊙기자: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수십만 원어치의 복권을 산 다음 당첨금을 나눠 갖자는 동호회도 많습니다. 이러한 복권중독은 심할 경우 가정과 사회생활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도 합니다. ⊙즉석복권 구입자: 남 눈치 볼 것 없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긁을 수 있어요. 내가 생각해도 중독같아요. ⊙복권 상습 구입자: 다투기만 해요? 살인까지 날뻔 했는데. 아편과 마찬가지에요. ⊙기자: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신영철(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금단증상이라는 게 있어서 끊었을 때도 계속 그 생각이 나고 복권이 나올 때쯤 되면 또 가고 싶고 이런 현상들이 생기기 때문에 본인 의지로 빠져나오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복권중독증은 수십 억 당첨금이 걸린 복권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심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발행 예정인 로트복권은 당첨자가 없으면 상금이 누적돼 100억이 넘을 수도 있습니다. ⊙서천범(한국 레저산업연구소): 99년 이후에 복권발행 규제가 완화되면서 당첨금의 고액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사행심을 부추기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기자: 30여 년 전 무주택 서민들의 주택공급을 위해 시작됐던 복권은 사줘서 남을 돕자는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이제 나를 해칠 수 있는 위험한 종이가 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동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