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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빨리라는 속도 경쟁에 내몰린 삶 대신 자연과 함께 천천히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는 곳이 있습니다.


 아시아 최초의 슬로우 시티. 신안의 조그만 섬 증도인데요.
 
 느림의 미학을 즐기고 느림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차와 담배마저 없애기로 한 증도의 실험을 취재했습니다.


국내 최대의 천연소금 생산집니다.


 새하얀 속살을 드러낸 소금을 한곳에 모으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천연소금이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만  25일입니다.


 수로를 통해 들어온 바닷물은 이 기간 동안 모두 21개의 증발지를 거칩니다.

그동안 바람과 햇살이 소금을 만들어 냅니다. 


 사람은 그저 물길을 열고 바람의 세기와 햇볕의 양을 헤아리는 보조 역할만 합니다.


 소금 장인에게 기다림은 선택이 아니라 숙명입니다.


<인터뷰> 박형기(소금장인) : "어차피 이건 기다리지 않으면 오지 않습니다.아침 8시까지 작업이 끝나면 오후 5시까지 기다려야 됩니다. 그동안은 햇볕과 자연이 해야죠. 바람과 그래서 하늘에서 준 아주 소중한 금 아닙니까?"
 

창고로 옮겨진 소금은 짧게는 6달 길게는 3년 이상 간수를 뺍니다.


 기다림의 끝에 얻어진 소금은 깊은 옛맛을 간직했습니다.


<인터뷰> 박형기(소금장인) : "갯벌 소금이 가장 미네랄 수치가 높단 겁니다. 함유량이 높아요.그래서 미네랄 수치가 얼마만큼 있냐에 따라서 우리가 말하는 맛의 차이가 틀립니다.기계염은 순수한 염화나트륨 덩어리죠."
 

염전에서 밴 느림의 철학은 섬 마을 사람들의 삶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삽으로 뻘을 걷어 내고 또 걷어 내고 한참만에 낚지 한 마리를 낚아 올립니다.


<녹취> "(잡았습니까? 한번 보여주세요) 낙지가 많이 있었는데 없어. (많이 못 잡으면 섭섭하죠?) 다음에 잡지. 조금이라 물에 왔으니까..."
 

시원치 않은 결과에도 만족하고 욕심을 버린지도 오랩니다.
 
<녹취> "자식들도 주고 나 생각하는 사람 주기도 하고 이 사람 생각하면 주고 그래요."
 

한반도 서해안 끝자락에 자리한 인구 2천 명의 조그만 섬 마을 증도.


 전통 수작업으로 소금을 만들고 430만 제곱미터의 드넓은 갯벌에는 짱뚱어 등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 숨쉽니다.


 한반도를 닮은 해송 숲에는 여유가 저절로 찾아듭니다.


 <인터뷰> 페기 골드만(관광객) : "와서 보니까 아주 아름답고 흥미로워요. 자연과 모든 것이 잘 보존되어 있고 도시화의 피해를 입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섬사람들은 자연뿐 아니라 전통 산업과 음식을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우 시티로 지정됐습니다.
 
 해변에 위치한 한 주택.


 주민 안미영 씨가 아침 준비에 나섰습니다.


 농약 한 방울 뿌리지 않은 먹거리. 집 주변 밭은 건강의 보곱니다.


<녹취> 안미영 : "도시에서 사먹잖아요. 그럼 시금치가 길어요. 온상에서 크는거라 그런가? 하여튼 그래요. 이건 납작해서 더 맛있어요 더 달고..."
 

2천 여명의 증도 주민들이 먹거리를 얻는 곳은 자신들이 사는 섬과 바다.


 외딴 섬이어서 시장은 없지만 부지런만 하면 먹거리는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녹취> 안미영 : "세발 나물 이건 바다에서 나는 해초 몰. 털하고 비스해 긴거 이건 파래 종류인데 여기선 감태라고 해요. 이건 바위에서 난 석화 자연산 석화예요. 엄청 많이 있어요."
 

요리하는 방식도 증도식입니다.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전통방식입니다.


 모든 음식이 이른바 슬로 푸듭니다.


<인터뷰> 안미영 : "신라호텔 음식보다 더 맛있다고 이러면서 너무 좋아하세요."
 

밀려드는 인스턴트, 패스트 푸드를 피하라. 그리고 슬로푸드를 지켜라.


 슬로푸드를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스스로 나섰습니다.


 민박과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 48명은 외부에서 전문가를 초청해 슬로푸드 과정을 이수하고 이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섭니다.


 40,50대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이젠 스스로가 슬로푸드 전도사가 됐습니다.


<인터뷰> 강신겸(전남대학교 생태관광연구센터장) : "아름다운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거기 살고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모습들이 아름답다는 거죠.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 이렇게 살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가는 것 그것이 아마 국민들이 여길 찾는 이유가 아닌가 싶구요. 그것을 잘 지키고 가꿔가는 것 그게 슬로시티를 만들어가는 것이죠."
 

증도가 전국 최초로 담배 없는 마을을 선포했습니다.


 쾌적하고 깨끗한 슬로시티에 담배연기와 꽁초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섭니다.


 섬에서 담배 가게 5곳은 담배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군은 2년치 수익을 보상하고 팔다 남은 담배도 모두 회수했습니다.


<녹취> "생계 문제도 있고 해서 일부 반발은 있었지만 우리지역에서 좋은 일을 한다고 하니까 기꺼이 동참을 했습니다."


담배 없는 마을을 선포하기 전까지 섬내 흡연 인구는 150명.


 섬주민 80%가 이미 비흡연자로 흡연인구가 비교적 적은 상황이지만 내년까지 0%에 도전하기로 한 것입니다.


<녹취> 장일기(신안군 증도면) : "여기(금연선포식) 왔으니까 끊어야죠. 오늘까지 담배 피웠는데 이제 끊어야죠."
 

담배를 피우는 섬 주민뿐만 아니라 흡연을 하는 관광객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집니다.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고 가끔 외진 곳에서 흡연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녹취> 흡연자 : "담배를 구할 수가 없었고 다 없다고 하더라고요. 담배 안 된다고. 주춤 거리게 되죠. 밖에서 피게 되면..."
 

증도는 외지인들의 금연 유도를 위해 섬내 곳곳에 흡연 물품 보관함을 설치하고 섬 입구에 금연의 섬 조형물도 설치할 계획입니다.


 지난달 30일 육지를 잇는 다리가 놓였습니다.


 그동안 섬으로 들어가던 유일한 교통수단인 철선은 홀로 서 있고 다리 위로는 자동차들이 내달립니다.


 육지를 오가는 버스까지 생기면서 주민들은 그간 불편함을 덜 수 있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정임(신안군 증도면) : "버스를 타고 철선 선착장에가서. 철선을 타고 다시 내려서 버스를 타고..."
 

<인터뷰> 박정남(신안군 증도면) : "증도 선착장에서 한시간 두시간 기다리고 지신개 선착장에서 또 두시간 세시간 기다리고 할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우리 증도 사람들이 전부 고생을 했었어요."
 

그러나 다리는 조용한 섬 증도에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지난 주말 다리를 이용해 증도를 찾은 차량만 천 5백여 대에 이릅니다.


 좁은 섬에 차량과 관광객이 늘면서 불법 주차가 난무하고 쓰레기 투기가 극성을 부린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증도는 또 다른 시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차 없는 섬을 만들자는 겁니다.


 현재 다리 증도 입구에 2천 3백여대의 차를 세울수 있는 주차장 공사가 한창입니다.


 관광객들이 차량을 이곳에 두고 섬으로 들어오게 하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남상율(신안군 증도면장) : "정말 이런 부분들이 불편하다고 생각하시면 오지 마십시오 지금부터. 여긴 진정으로 건강한 섬, 정말 내가 회복 건강의 회복을 찾기 위해서 오신 분들. 이런 분들을 환경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먼저 공표하렵니다."
 

차 없는 섬을 위해 섬 내부에서는 셔틀 버스나 전기차. 자전거 등 친환경 이동 수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자전거를 타도 대여섯 시간이면 섬을 다 둘러보는게 가능한 만큼 불편함을 감수하고 슬로우 시티를 지키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뷰> 문진아(관광객) : "애들이랑 짐도 많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이동하는 건 불편할 거 같아요. 어릴 때는 유모차도 가져오고 하니까..."
 

<인터뷰> 유영엽(증도 슬로시티 추진위원회 사무장) : "적어도 우리 주민들이 같이 모여서 늘 어려운 문제를 논의하면서 그래도 이건 한번 해 볼 만한 일이다, 대한민국에 이런 섬도 하난 필요하다, 이런 공감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일부 정책에서 좀 부족한 부분이 있고 성취도 면에서 하지만 그것은 어떻게 보면 꾸준히 우리가 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탤런트 김미숙씨가 조용한 섬 증도를 찾았습니다.


 이번이 다섯번쨉니다.


<녹취> 김미숙(탤런트) : "아휴 세상에. 정말 신기해 나는 어렸을 때 바닷물 끓여서 비이커에 과학실에서 실험했잖아요."
 

 취재진에게 증도의 낙조 명소를 일러줄 정도로 전문가가 됐습니다.


<녹취> 김미숙(탤런트) : "거기 올라 가서 (카메라) 대 놓고 있으면 염전과 창고와 해 떨어지는게..."
 

올 6월 열리는 슬로시티 국제 총회때는 홍보대사가 돼 증도 알리기에 나섭니다.


<인터뷰> 김미숙(탤런트) : "저절로 느려져요. 저절로 편안해 지는 것 같아요 전. 그래서 어디 갈까 생각해 보면 증도 왜냐면 오는 길도 좋고 와서 편안하고 그 다음에 자연을 사랑하는 마인드로 여기에 주민들이 생각이 바뀌고 있는 게 피부에 와닿고 그러니까 전 정말 증도사랑에 앞장서야 된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속도와 경쟁, 그리고 개발 대신 느리고 불편하지만 자연과 함께 여유를 만끽하는 슬로시티.


 느림과 불편함마저 새로운 기쁨으로 끌어내려는 증도의 실험이 성공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