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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그룹들이 유동성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비핵심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금호생명, 하이닉스반도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의 매각 작업이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반면 채권은행들은 대기업 그룹들이 요청한 각종 지원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계 안팎에서는 일부 대기업들이 금융권의 지원만 받고 구조조정은 말로만 할 뿐 실제로는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어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대기업 구조조정 지지부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개선을 위해 오는 6월 이전에 금호생명의 새 주인 찾기를 마무리 짓기로 했으나 매각 가격에 대한 이견 등으로 아직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업계는 금호생명의 매각 협상이 이달 내 완료될지 불투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추진하고 있는 하이닉스의 매각 작업 역시 지지부진하다. 채권단은 지난달 하이닉스에 대한 실사를 완료했으나 반도체시장 악화 등으로 아직 투자자들에게 투자의향서도 발송하지 못했다. 또 시장에서는 두산그룹이 재무개선을 위해 방위산업 계열사인 두산DST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정작 회사측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두산DST는 장갑차, 지대공 무기, 함포 등을 생산하는 방산업체로 작년 말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분리됐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시장에서 소문은 무성하지만 우리는 아직 공식적으로 두산DST 매각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동부메탈 매각 작업도 아직 초기 상황에 머물러 있다.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하이텍은 합금철사업을 떼어내 동부메탈을 설립했으나 채권금융기관들과 맺은 자구계획 이행을 위해 매물로 내놨다. 산업은행은 일단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사모투자회사(PEF)를 통해 동부메탈을 인수키로 하고 실사 등을 추진 중이나 아직 투자자들에게 투자의향서도 발송하지 못했다. 산업은행은 동부와 가격 협상 과정이 남아있어 인수 작업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산업은행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의 공동 매각을 추진키로 하고 주요 주주인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자동차, 삼성테크윈 등에 이런 의사를 타진했으나 두산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로부터 참여 여부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은 최대주주인 산은이 30.53%를, 현대차와 두산인프라코어, 삼성테크윈 등이 20.54%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주요 주주에게 공동 지분 매각 의사를 물었으나 아직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사측과 노동조합이 KAI 매각에 난색을 보이는 바람에 주주들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아 매각 작업이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채권은행들은 하이마트 인수로 자금 사정이 악화한 유진그룹에 계열사인 유진투자증권 매각 등을 요구했으나 그룹 측은 시장 악화 등을 이유로 올 초 유진투자증권의 지분 중 9% 정도만 처분하는 데 그쳤다. ◇ 지원은 널름널름 챙겨 이처럼 대기업들의 재무개선 작업의 속도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제 금융시장 악화로 인수합병(M&A) 시장이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다 기업들이 경기 회복 기대감에 계열사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아직 살아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기업들이 원하는 매각 가격과 인수 가격 간 격차가 커 M&A가 활성화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은행 고위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이 조만간 경기가 살아나면 버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계열사 매각 등의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은 그러나 구조조정을 통한 유동성 개선 노력을 추진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이미 채권단 등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요청으로 대우건설 풋옵션의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우건설 풋옵션은 금호아시아나가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3조5천여억 원을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지원받는 대신 올 연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풋옵션 행사 가격(3만1천500원)을 밑돌면 이들에 차액을 보전해 주기로 한 계약을 말한다. 채권단이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대우건설 풋옵션의 만기를 연장해주면 금호 측의 유동성 상황은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또 12개 국내 은행들은 두산그룹에 대해 미국 건설장비 제작업체인 밥캣 인수에 따른 재무약정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최근 은행들에 내년 밥캣 인수에 따른 차입금 수준을 영업현금흐름(EBITDA)의 6배 이하에서 7배 이하로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이닉스도 본격 매각 작업에 앞서 7천만 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유진그룹 역시 올초 채권은행들이 단기 차입금의 만기를 연장해준 덕분에 한 차례 고비를 넘겼다. A그룹 관계자는 "채권은행들이 조금만 지원해주면 버틸 수 있는데 제값도 받지 못하는 현 시장 상황에서 굳이 계열사를 매각해 손해를 볼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반면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들은 금융권이 지원해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며 "대기업들은 비핵심 계열사 등을 과감하게 처분해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으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