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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2001년 10월 7일(일) 밤10:35~11:20 / KBS1 ■취재 : 강석훈 기자 kangsh@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강석훈 기자: 농사를 짓는 주부 박희정씨의 요즘 생활은 예전과는 딴판으로 바뀌었습니다. 남편이 직장에 나간 사이 소사료를 주고 가축을 돌보는 것은 예전과 다를 바 없습니다. 천여평의 배추밭을 매는 것도 물론 박씨의 변함없는 일입니다. 이처럼 바쁜 와중에서도 빠뜨려서는 안될 중요한 일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입니다. 틈나는대로 농산물과 축산물의 시세를 확인합니다. 박씨가 사는 마을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정보화 시범마을로 지정되면서 지난해 12월 166가구에 컴퓨터와 초고속 통신망, 인터넷 시설이 무료로 제공됐기 때문입니다. *박희정 (황둔마을 주부): "그 전에는 일하고 늦게 들어오면 그냥 씻고 자기 바빴는데 지금은 한번이라도 들러 보고 무슨 일들이 실려 있나 그런 거 보고 모른 것 있으면 검색 들어가서 알아보고 편지도 한 두 번 씩 주고받고 그러죠." *강석훈 기자: 무엇보다 좋아진 점은 농산물 시세를 정확하게 알 수 있어 손해를 덜 본다는 것입니다. *박희정 (황둔마을 주부) : "손해를 보면 손해보는대로 이제 후회도 하고 그러지만 인터넷에 들어가면서부터는 가격을 먼저 알아보고 그 가격에 맞춰서 많이 팔게되니까 그런 후회는 조금씩 사라졌어요." *강석훈 기자: 올해 천 7백평의 밭에다 배추와 무를 심은 박씨는 인터넷을 통해 김장감을 팔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황둔마을 한복판에는 8대의 컴퓨터를 갖춘 정보화센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영월에 사는 문정옥 할머니는 정보화센터의 단골 손님입니다. 지난 해 뉴질랜드에 이민간 큰아들 가족에게 이메일을 보내기 위해 매주 한번씩 이 곳을 찾습니다. 아들가족의 소식이 너무 궁금해 이메일을 배웠다는 문 할머니는 메일을 받을때마다 아들이 이민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문정옥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오늘 사진을 보니까 너무나 마음이 흐뭇하고 외국에 갔다는 기분보다는 여기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너무나 가슴이 벅차고 좋습니다." *강석훈 기자: 학교수업이 끝나는 오후가 되면 정보화센터는 학생들 차지입니다. 조금이라도 늦게오면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인터넷으로 보충학습이나 게임뿐 아니라 많은 자료를 찾아야 하는 숙제도 척척 해낼 수 있습니다. *김선남 (황둔중 2학년): "학원가서 배워야 할 내용을 인터넷에서 찾아서 배울 수 있으니까 학교 교과서랑 다른 내용을 더 배울 수 있어서 많이 도움이 되요." *강석훈 기자: 정보센터가 생기면서 이 마을 학생들은 스스로 시골티를 벗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강석훈 기자: 하루 일을 마친 황둔마을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격론을 벌이고 있습니다. 격론의 주제는 마을의 주산물인 쌀과 고추를 인터넷을 통해 공동판매하는 방법과 가격 수준입니다. *김광수 (황군1리 이장): "인터넷에다 답변서 쓴 것은 10kg당 23,000원으로 올렸어요. 여러 회원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조정은 해야되니까" *강석훈 기자: 생소한 인터넷 용어를 스스럼없이 사용하는 황둔리 농민들, 채 1년도 안된 정보화 시범마을의 오늘입니다. 사과농사를 짓는 이상오씨는 인터넷을 실용화해 성공한 농민입니다. 지난해부터 인터넷을 통해 전자상거래로 소비자와 사과 직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사과가격은 품질과 시세에 따라 이씨가 직접 결정해 인터넷에 올립니다. 사과가 풍년이면 으레 가격걱정을 해야 했지만 올해는 그런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이씨의 사과농장은 모두 6천여평, 지난해 전자상거래로 사과를 판매한 비율은 70%로 5천만원의 순수익을 올렸습니다. *이상오 (사과재배 농민): "인터넷이 없다면 농사짓는 과정이나 판매 과정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울 겁니다. 인터넷이 없다라면. 어려움이 많죠. 이젠 못한다라고 봐야죠. (인터넷이 없으면요? ) "네,농사도 불가능하고 판매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강석훈 기자: 지난 추석 대목때는 하루 평균 2백만원 이상의 인터넷 주문이 몰렸습니다. 한 상자당 택배비 5천원은 농가와 소비자가 절반씩 부담하도록 가격을 정했습니다. 일을 마친 뒤 이씨가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은 팩스나 인터넷으로 들어온 소비자들의 주문입니다. 올해 전자상거래 목표액은 1억원입니다. *이상오 (사과재배 농민): "저 컴퓨터도 애당초 우리 애들방에 넣었다가 거실로 갖고 나온 것도 애들한테 그랬어요, 너희들 하면 오락을 하고 취미 삼아 하지만 아빠한테는 하나의 농기구다, 때문에 아빠가 좀 더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거실에다 두자 그래서 옮겼습니다." *강석훈 기자: 이상오씨의 과수원에서 하루전에 수확해 배달된 사과입니다. 이씨의 사과는 시장에서 10킬로그램 한 상자당 12만원 이상 호가하지만 인터넷상에서는 10만원에 거래됩니다. 생산자의 신용때문에 품질도 좋을 뿐 아니라 유통기간도 짧아 신선도도 훨씬 뛰어납니다. * 조은실 (주부): "시장에서는 좋은 물건 안좋은 물건을 실질적으로 구분을 할 수 없거든요, 모양도 그렇고. 직접 생산하신 분의 이름을 걸고 판매한 거라서 소비자들한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강석훈 기자: 이처럼 전자상거래는 유통비용을 절감해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이익을 안겨줍니다. *김달중 (농림부 농업정보통계관): "농민들이 도시에 있는 도매시장을 통해서 파는 경우하고 전자상거래를 통해서 도시 소비자들하고 직거래를 하는 것을 비교해 봤을때 생산자는 20에서 한 30%정도 소득을 더 올리게 되고 소비자는 도매시장을 통해서 사는 것보다 20%정도 싸게 농산물을 사는 효과가 있습니다." *강석훈 기자: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인터넷을 활용할 정도로 농촌지역의 정보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농촌지역의 정보화 기반시설은 도시지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도시지역의 컴퓨터 보급률은 66%인데 비해 농촌지역은 30% 수준입니다. 특히 초고속 통신망의 경우 도시지역은 보급이 완료됐으나 면단위 농촌지역은 절반 정도 밖에 보급되지 않았습니다. 농업용 비닐을 생산하는 이 업체의 직원들은 업무를 보는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전자결재가 시행된 지 오래됐지만 아직 초고속 통신망이 설치되지 않았기때문입니다. *강병석 (일신산업 직원): "한번 해야 될 것을 성질나니까 두번 클릭하는 경우도 있고 막 그러니까 작업효율도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짜증이 나죠. 짜증내는 분 많아요." *강석훈 기자: 한 영업부 사원은 인터넷으로 들어온 상품구매주문을 다시 전화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업무를 보는 것이 더 느리기 때문입니다. *윤은자 (일신산업 직원): "초고속 통신망이 안들어오니까 느려요. 저희가 결제를 올리고 답을 받고 이런 부분이 늦고요, 또 저희 사무실에서 업무가 농민들에게 주문정도를 물어보는 것이거든요. 컴퓨터로 하기는 해야되는데 그런 부분이 좀 늦죠." *강석훈 기자: 연간 3천 6백톤의 비닐을 생산하는 이 업체의 거래량은 10억원 정도로 초고속 통신망 이용이 필수적입니다. 정부는 내년말까지 전국 모든 읍면지역에 초고속 통신망을 보급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한국통신 등 관련기관은 수익성 문제를 내세우고 있어 쉽지만은 않습니다. 별도의 간이국 설치 등 초고속통신망 설치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설명입니다. *손효성 (한국통신 김제전화국 과장): "쉬운 얘기로 소규모 집선장치를 해서 여기에 서비스를 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런데 시설투자비가 상당히 든다는게 문제인데..예를 들자면 백회선 정도 수요를 보고 여기다가 수억원짜리 장비를 들여오기는 시설투자비가 상당히 초과되죠." *강석훈 기자: 최소한 3백회선의 수요가 있어야 경제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농촌의 정보화는 농촌지역의 소득과 생활수준을 높여 도농간의 격차를 줄이는 사회간접자본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농촌지역의 정보인프라 구축은 수익성 보다는 공익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화 시범지역인 황둔리에 인접한 영월군의 운학마을은 지역간 정보화 격차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면단위에 있는 이 마을 역시 초고속 통신망이 보급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용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황둔마을 주민과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운학마을 농민: "컴퓨터라는 얘기는 들어봤는데 우리가 뭐 여기서 사용을 못해봤지." (인터넷도 모르시네요?) "예 예" *강석훈 기자: 황둔마을을 둘러본 주민들은 심한 소외감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고영신(고추재배 농민): "척박한 산골도 인터넷이 들어와 있는 상태로 알고 있거든요. 여기는 아직 왜 그런지 몰라도 그런 쪽으로 미흡해요. 동네 자체도 지역적으로 그렇고 애로가 많습니다. *강석훈기자: 전화선을 이용해 인터넷을 하다 비용이 너무 많고 속도가 느려 아예 컴퓨터를 내다버린 집도 있습니다. 인터넷이 필수적인 학생들의 불편과 소외감은 더욱 큽니다. *이정은 (원주여고 1학년): "자료 찾을때도 불편하고 숙제같은 거 내줄때 안해가서 친구들 거 베껴갈 때도 많고요. 되게 많이 불편해요" *강석훈 기자: 초고속 통신망이 이제 농촌지역의 생활수준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 것입니다.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이원희씨는 3년전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한 대표적인 네티즌 농민입니다. 이씨는 매일 인터넷을 통해 전자상거래를 하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이원희 (포도재배 농민): "저녁으로 어떤때는 일하고 오면 출출하니 소주한잔이 생각나도 그걸 먹으면 인턴넷을 들여다 보지 못해요. 그래서 술도 참고 인터넷을 다 확인하고 그 다음날 보낼거 정리를 한뒤에 소주라도 한잔 하죠" *강석훈 기자: 하지만 이씨 마을 역시 초고속 통신망이 없어 불편은 여전합니다. 차선책으로 이씨는 20만원을 들여 마당에다 위성안테나까지 설치했습니다. 이씨에게 이제 신속한 인터넷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원희 (포도재배 농민): "시간도 바쁜데 오래걸리죠 또 통화도 잘 안돼죠 그래서 안 하려고 했는데 위성안테나를 달고부터는 좀 그나마 빠르게 돼서 다행입니다. (ADSL이 필요하겠네요?) "ADSL이 무척필요하죠. 그거 아주 소원입니다." *강석훈 기자: 거친 손으로 자판을 두드리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상하는 농민들, 인터넷은 이제 직거래를 통한 유통혁명과 생산비 절감으로 농가 소득을 증가시키는 새로운 원동력으로 등장했습니다. 농촌의 정보화를 한시라도 늦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