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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의 신상정보가 담긴 우편물이 이웃들에게 배달됩니다. 10대 청소년 2명을 수 차례 성폭행한 뒤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모 씨의 사진과 주소 등이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이 씨 집 반경 1킬로미터 안에는 어린이집과 학교 수 십 곳이 있습니다. 주민들은 동요합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딸이) 5학년이기 때문에 조심을 해야 하고, 그래서 혼자 그 길로는 될 수 있으면 (지나다니지 않게). 같은 단지 안에 산다고 하니까 좀..." 이 씨 집을 찾아가 봤습니다. <녹취> "띵동. 계세요?" 이 씨는 어디로 간 걸까? <녹취> 아파트 관계자 (음성변조) : "(이 친구는 언제부터 없었어요?) 오래 됐어요. 작년부터 잘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이상하다, 이상하다, 그랬지. 아예 집에 없으니까 안 들어오지." 위치추적 관제센터와 법무부에 전자발찌를 찬 이 씨의 정확한 위치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녹취> 법무부 관계자(음성변조) : "법원의 영장 없이는 위치 변동 파악을 할 수 없는 걸로 법 규정이 돼 있네요." 실제 성범죄자가 이웃에 살고 있는 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도 없이 주민들은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겁니다. 여기에 성범죄 피해 당사자들에게도 이 씨가 언제 석방됐고, 어디에 사는지조차 고지되지 않습니다.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사는 성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들. 하지만 법원 선고가 이뤄지는 순간부터 또 다른 고통이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풀려난 성범죄자를 다시 이웃으로 맞이할 수 밖에 없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취재했습니다. 올해 고3 수험생이 되는 18살 지수 양. 지난 2009년부터 2년간, 누군가로부터 여러차례에 걸쳐 강제추행과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녹취> 지수 양 (가명/음성변조) :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제 머리채를 잡아끌어서 내려서 목을 조르고 성추행을 하다가 그렇게(성폭행)까지 일이 전개가 되어 버렸어요." 끔찍한 일을 당할 때마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물었습니다. <녹취> 담당 경찰 : "피의자한테 추궁을 하려면 뭔가가 있어야 되는데 증거가 없으면 전부 무죄가 나버리니까. 그것이 조금 힘들어요. 본인은 범행을 부인하고, 증거가 없죠." 또 다른 10대 여학생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34살 김 모 씨. 지수 양에게 범행을 저질렀던 사람이었습니다. 지수 양과 가해자 집은 걸어서 불과 1분 거리. 또 다른 범행 장소 역시 50 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났습니다. 법원은 결국 김 씨에게 2건의 강제추행 혐의만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의 성행, 환경, 성에 대한 인식과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성폭력 범죄의 습벽과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된다." 어느덧 1년 반이 지나 김 씨의 형기는 오는 8월이면 끝납니다. 전자발찌를 5년간 착용해야 하지만, 지수 양 앞에 나타나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거주지가 가깝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숨이 멎는 듯, 더 큰 공포감이 밀려온다는 지수 양. <녹취> 지수 양 (가명/음성변조) : "보복할까봐. 얼굴도 몇번 봤으니까, 그것이 제일 겁나요. 수면제나 항우울제 같은 거나 한 2, 3주치 정도를 과복용한다거나 자해를 한다거나..." 지수 양의 학교 생활기록부. 1,2학년 때 결석과 지각.조퇴 한 날이 무려 99일에 이릅니다. 우울증과 약물 과다 복용에 따른 부작용 때문이었습니다. 고통스런 기억을 피해 당장에라도 이사하고 싶다는 지수 양. 하지만, 편모와 함께 사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결국 눈물을 쏟습니다. <녹취> 지수 양 (가명/음성변조) : "또 그런 일을 당할까봐. 되게 겁나요. 남들처럼 아무렇지 않게 살고 싶어요. 그런 성범죄와는 완전 무관한 사람으로, 그냥 이 기억을 없애버렸으면 좋겠어요." 이런 고통이 비단 지수 양 만의 일일까. 8살짜리 초등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은 피해자 집에서 불과 300m 거리에 살았고 여중생을 성폭행한 뒤 잔인하게 살해한 김길태는 420미터. 등굣길 8살 어린이를 납치해 무참히 성폭행한 조두순 역시 750미터 지척에 거주했습니다. <인터뷰> 장은진(부산 해바라기여성 아동센터 팀장) : "(가해자의) 4분의 3 이상이 가까운 근접거리에 살고 있다는 것은 가해자가 아는 사람인 경우가 참 많거든요. 피해 이후에도 다시 접촉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성범죄 등으로 징역 4년을 복역한 뒤 최근 출소한 35살 이 모 씨. 수감 생활을 하며 재범 방지 교육을 받았지만, 정작 필요한 개별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는 받지 못했습니다. <녹취> 이 모 씨(성범죄 전과자/음성변조) : "피해자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재범을 막자는 취지에서 이렇게 시스템 자체가 운영되고 있는데 죄의식을 느끼고 하는 사람들이 몇 안 됩니다." 다른 재소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녹취> 이 모 씨(성범죄 전과자/음성변조) : "초범들 같은 경우에는 내가 반성하자, 내가 반성하고 죄의식을 갖자라는 그러한 개념은 없고. 그 시스템을 이수해야지 가석방 혜택을 볼 수 있으니까..." 실제 성범죄자가 또 다른 성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은 8% 정도, 여타 범죄를 포함하면 50% 가까이 됩니다. 다른 범죄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높습니다. < 피해자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전혀 근거없는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장은진(부산 해바라기여성 아동센터 팀장) : "2차적인 피해, 또 다른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은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들이 피해 사실이 알려진 지역 사회에서 이주를 한다거나 학교를 옮긴 다거나..." 정부도 지난해부터 뒤늦게 피해자들이 가해자들로부터 멀어질 수 있도록 임대주택 우선 지원 대상에 성범죄를 포함시켰습니다. 피해자가 집을 구할 때 전세 보증금을 최고 7천만 원까지 빌려 주는 방식입니다. <녹취> "어서오세요" 이른바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인 나영이의 아버지가 동네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습니다. <녹취> "이 금액으로 이 동네에서 지금 집 찾기가 쉽지가 않다고..." 1년 가까이 이사할 집을 알아보고 있지만, 오늘도 허탕입니다. 전세 물량이 거의 없는 데다 정부의 성범죄 피해자 지원금을 받으려 해도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나영이 아버지 : "전세난이 심각하다 보니까 그런 물건을 내놓은 중개업소나 또 물건이 없어요. LH공사에서 요구하는 건 너무 많아요. 부채가 많아도 안 되고, 평수가 더 커도 안 되고..." 실제 지난 1년간 이 혜택을 받은 성범죄 피해 가족은 20여 명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지수 양처럼 성폭행이 범죄사실로 입증되지 않은 경우는 아예 지원 대상에서조차 제외됩니다. <녹취> 정부 관계자 (음성변조) : "LH공사도 뭐, 땅 파서 집 짓는 것도 아니고요. 기존 주택을 정부나 LH공사에서 돈 들여서 사서 싸게 임대를 놓지 않습니까? 어떤 재정적인 측면에서 예산의 한계라는 게 또 있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지난 15일, 초등학교를 졸업한 나영이. 웃음을 되찾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많이 회복됐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의 고민은 여전합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다음달이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도 제외된다는 통지서까지 날아왔습니다. 어머니가 일을 시작했고, 나영이를 위해 월 100만 원 정도 받는 성금이 금융자산으로 잡히게 된 겁니다. <녹취> 주민자치센터 관계자 (음성변조) : "이번 달부터 아마 소득기준이 초과해서 아예 많이 되신 분들은 (생계비가) 안 나갔을 거예요. 구청에서 안내문도 보냈고, 아마 그렇게 처리가 되는 것 같아요." <녹취> 주성영(전 한나라당 아동성범죄대책위원장/2009년 12월) : "신상공개 확정시 인근 주민에게 우편으로 ..." <녹취> 맹형규(행정안전부 장관/2010년 6월) : "화학적인 거세를 통해서 성욕을 없애는..." <녹취> 양승태(대법원장/지난해 10월) : "심각히 위협하는 유형의 범죄에 대해 미리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양형을..." 충격적인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여론이 들끊을 때마다 정부는 각종 대책을 쏟아냈습니다. 대부분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에 중점을 둔 것들입니다. 하지만, 전자발찌나 신상공개, 화학적 거세 등 또 다른 제재는 이미 죗값을 치른 가해자들에 대한 이중처벌과 인권침해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또 이런 '엄벌주의적' 대책들이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보복범죄 우려를 키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혜련(성폭력 전문 변호사) : "출소한 이후에 전자발찌를 채운다던지, 이런 조치보다는 수용소 안에 있을 때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 지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서 피해자가 얼마만큼의 피해를 봤는 지 인식을 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 최근 문을 연 서울 남부교도소. 지난달부터 고위험군 성범죄자를 위한 교정심리치료센터가 운영되는 곳입니다. 전국 교정시설 50여 곳 가운데 처음입니다. 상담심리사 등 전문가들이 전담팀을 꾸려 재범 방지를 위한 심리치료를 병행합니다. <인터뷰> 정민재(교정심리센터 상담심리사) : "범죄 상황에 노출이 되었을 때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통해서 그들 스스로가 피해자에 대한 이해를 하고..." 올 한해 교육과 치료를 받을 성범죄자는 100명. 한해 만 8천여 건의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는 데 비춰보면 재범을 막기 위한 교정 프로그램은 막 걸음마 단계인 셈입니다. 지난 21일은 정부가 지정한 6번째 아동 성폭행 추방의 날이었습니다. 다음달부터는 아동.청소년 성범죄 피해자들이 국선변호인의 법률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가해자의 재범 우려를 덜고, 피해자가 공동체 안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하는데 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