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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잇따라 터져나오고 잇는 강력범죄와 관련한 보도, 시청자 여러분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범죄 보도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범죄에 대한 사회의 경각심을 높이는 등, 필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세한 수법 묘사나 잔혹한 표현은 혐오감을 주거나 오히려 모방범죄를 부추기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오늘은 먼저 강력 범죄 보도, 문제점과 바람직한 방향을, 구영희 기자와 함께 짚어봅니다.

<질문> 구영희 기자! 요즘 언론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사건이 윤일병 집단 폭행 사망 사건입니다. 그런데 몇 달 전에 일어난 이 사건을 언론이 최근에서야 크게 보도한 이유는 뭔가요?

<답변>

네. 사건 발생은 지난 4월이었습니다만, 당시에 벌어졌던 가혹행위의 진상이 최근에야 드러나면서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초, 육군 일병이 간식을 먹고 폭행을 당해 숨졌다는 내용이 보도됐습니다.

<녹취> KBS 뉴스 9 (4월 7일/ 육군 관계자) : "음식을 사서 취식을 하다가 4시 25분에 애가 쓰러진 거죠. 15분 사이에 먹고, 그 다음에 이제 선임병한테 가슴 등을 폭행당한 거죠.“

이때도 집단폭행 사실은 알려졌지만, 일부 방송은 짧은 단신 뉴스로 다뤘고 종합일간지 10개 중 5개만 이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녹취> KBS 뉴스 9 (7월 30일) : "단순 폭행이 아니었습니다. 군 수사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후임병들에 대한 구타와 가혹행위가 일상적으로 자행됐습니다."

이 보도를 계기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재수사까지 하게 된 것은 언론의 긍정적 역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 사안이 중대해지고 다른 언론도 취재 경쟁에 뛰어들면서 문제점도 드러났습니다.

갈수록 더 구체적인 가혹행위를 묘사했고,

<녹취> 동아일보 08월 1일 12면 : "수시로 ** 을 때렸고 **가 부서질 때까지 다리를 때리고 **을 씌운 다음..."

성추행을 한 방법과 약품 이름까지 밝혔습니다.

<녹취> 8월 1일 MBC 뉴스데스크(윤일병) : "스스로 **에 **을 바르라고 명령을 하기도 했었다고 군 당국은 밝혔습니다."

윤일병의 시신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그대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언론들은 또, 다른 부대에도 가혹행위가 있었다며 과거 사례까지 들어 집중 보도했습니다.

<녹취> TV조선 0808 : "자대 배치 2개월 된 병사가 선임병의 구타와 욕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TV조선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녹취> 문화일보 8월 07일( ** 9년 만에 해병대서 재발) : "전입 신병에게 3명의 선임병들이 청소상태가 불량하다며 **를 강요했다."

하지만, 군대 폭력의 구체적인 사례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윤 일병이 그 이 병장이 어떤 짓을 했고 어떻게 얼마나 고통스러웠다는 것보다는 왜 이런 일이 있어야만 했을까. 개인 때문일까. 아니면 제도 때문일까... 쉽게 얘기해서 이 병장이라는 썩은 사과 때문에 다 썩었는지 아니면 이 병장이 썩은 사과상자에 담기다 보니까 자기도 썩게 되었는지 이런 것들을 분석하고 이런 것들을 보도하고 그래서 대안을 제시하는 그런 범죄 보도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질문> 사건의 구체적 묘사보다는 구조적 원인을 밝히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는 얘긴데, 최근 일어난 다른 강력범죄 사건들의 경우는 보도 태도가 어땠나요?

<답변>

네. 최근 엽기적이라 할만한 범죄들이 잇따라 일어났는데, 이 사건들 역시, 언론들은 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지난달 말 알려진 포천 빌라 살인 사건.

언론은 사건의 자세한 전말과 피의자의 사생활에 주목했습니다.

한 보도전문채널은 현장검증 장면을 생중계까지 하며 빌라 내부모습도 공개했습니다.

<녹취> YTN 8월 7일 : "지금 화면을 보고 계시면 안에 쓰레기들이 굉장히 많이 있고 가재도구들도 여기저기 뒤엉켜 있는 모습입니다"

일부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기사화했습니다.

<녹취> 문화일보 8월 4일 : "이 씨가 오래 전에 남편 박 씨를 살해한 뒤 밀폐된 고무통 안에 넣고 소금을 뿌려 시체를 없애려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녹취> 한국일보 8월 2일 : "스리랑카인 S씨와 최근 2개월 동안 이씨가 수시로 드나들었던 한국인 내연남이 공범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를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찰은 남편 사망 원인이나 소금 사용 여부는 밝히지 못했고 공범 가능성도 없다고 결론냈습니다.

일부 언론은 시신에서 검출된 약품 이름이나 구입가능성 여부까지 기사화했습니다.

<녹취> 연합뉴스 8월 6일 : "**은 **라는 제품명으로 시중에 판매된다. 수면 성분이 강해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다. 반면 **은 **보다 약한 성분으로 수면 유도 효능이 있다. **이라는 제품이 시판돼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다."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도 사실, 지난 4월 발생 직후 한차례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이후 재판과정에서 자세한 전말이 드러나면서 언론보도가 급증했습니다.

특히 잔혹한 범행 수법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8월 5일 : "**훼손했다. **을 시신 곳곳에 뿌리고 ** 암매장했다."

심지어 일부 방송은 상황을 재연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자세한 범죄보도는 보는 이에게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교수) : "끔찍한 범죄를 너무 상세하게 보도를 하게 되면 사람들이 그 언론 보도가 여러 번 반복되어서 접하게 됨으로 해서 그와 같은 끔찍한 사건들이 실존하는 빈도보다 훨씬 더 많이 존재를 하나보다 하는 어떤 범죄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갖게 되는 거죠. 그와 동시에 그와 같은 끔찍한 내용들을 계속 다루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폭력에 둔감해지는, 아! 이 정도는 끔찍한 사건이 아니야, 이 정도는 옛날에도 있었어..."

2차 피해도 우려됩니다.

<인터뷰> 윤여진(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 "피해자 입장에서는 보도를 통해서 훨씬 더 그 사건을 다시 각인하게 된다든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더 알리게 된다든지 그래서 오히려 피해자가 더 숨어 지내게 될 상황을 만든다면 언론이 오히려 더 범죄보도를 하면서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거나 다름이 없거든요."

<질문> 특히 범죄 수법을 너무 자세히 보도하는 것은 모방범죄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 않습니까?

<답변>

네. 실제로 과거에도, 언론에 보도된 범죄 수법 등을 보고, 범행을 저지른, 이른바 모방범죄 사례들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붙잡힌 한 빈집털이범.

최첨단 잠금장치도 무용지물로 만든 이 남성은 뉴스를 통해 범행수법을 알았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절도 피의자 (음성변조) : "인터넷에서 보고 뉴스에 나온 것 보고 모방범죄 비슷한 그런 쪽입니다."

2007년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 사건.

당시 범행 수법이 자세히 보도된 가운데 NBC는 범인이 방송사로 보낸 동영상까지 공개해 비난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후 비슷한 범죄가 잇따르면서 일부 학교는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녹취> 2007년 4월 21일 KBS 9시 뉴스 : "자신이 장총과 폭탄으로 무장했다며 버지니아 공대보다 더한 총격사건을 벌이겠다고 협박하는 등 모방범죄 협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1971년 미국에서 일어난 여객기 납치사건.

당시, 돈을 요구한 범인은 아직도 행방이 묘연한데, 이때, 탈출 수법 등이 자세히 보도되면서 이듬해 항공기 납치 사건이 31건이나 일어났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교수) : "범행수법에 대한 상세한 보도는 사실 굳이 그렇게까지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저런 식으로 범죄를 저지르면 검거 가능성이 낮아지는구나. 범의를 막상 갖고 있다가 그와 같은 구체적인 언론보도를 통해서 드러나면 인화물질처럼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범죄 보도,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답변>

네. 범죄 보도는, 사건의 잔혹성을 부각하기보다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데 중점을 둬야 할 것입니다.

10개 종합 일간지에서 포천 빌라 살인 사건을 다룬 55건의 기사를 분석했더니 범행 방법 등 범죄 내용만을 다룬 기사가 51건. 아동 학대 등 사회적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는 4건에 불과했습니다.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도, 잔인한 수법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했을 뿐 가출청소년 등의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룬 기사는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범죄 보도는 원인과 대안,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교수) : "범죄 보도는 사실 보도와 그 사실에 입각한 분석기사, 즉 왜 이런 범죄가 일어났으며 그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우리 사회는 우리 제도는 우리 법률은 대체 해야 할 것인지 개선책, 그 대안을 제시하는 그런 긍정적인 순기능적 보도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윤 일병 사건에서, 언론들은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약속했던 제도개선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8월 10일 KBS 9시 뉴스 : "국회는 그동안 뭘 했는지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법안을 만든다고 부산하게 움직이긴 했는데, 발의만 하고 거의 방치해 둔 법안이 열 개가 넘습니다."

하지만, 언론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언론도 사건이 날 때만 관심을 가졌을뿐, 이후 제도개선이 제대로 됐는지, 지속적 관심을 갖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윤여진(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 "어떤 강력범죄가 일어나면 항상 해결책이 나오죠. 그 다음에 체제, 제도적인 문제도 나오고 여러 가지 문제가 나오는데 그것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이행되고 있는지 언론은 항상 감시해야 합니다. 그것이 언론의 역할이고 그 범죄가 줄어들게 한다든지 아니면 조금이나마 예방될 수 있도록 함께 모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얘기를 해야 되는데 한 번 얘기하고 끝나요."

언론의 범죄 보도는, 범죄 해결과 예방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범죄마저도 독자나 시청자들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면, 언론도 제2의 가해자, 범죄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