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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찾는 영국 항공모함]

영국의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 6만 5천 톤급 중형 항공모함으로 미군이 운용하는 10만 톤급 대형 항모보다 작고, 한국 해군이 보유를 추진하는 3만톤급 경항모보다는 큽니다.

길이 280m미터. 건조에 약 4조 8천억 원이 들었습니다. 비교를 위해 말씀드리자면 한국의 경항모는 건조에 약 2조 원이 예상되고, 미국 항모는 1척 건조에 대략 10조 원 정도 듭니다.

이 항모가 올해 9월쯤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고 국방부가 밝혔습니다.

부산에 도착하면 방역 조치를 한 뒤 언론이나 관계자를 초청해 공개 행사를 가질 예정입니다. 영국 입장에서는 행사를 '성대하게' 치러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해군은 영국 항모가 우리 작전 수역에 진입하면 '호스트쉽'을 보내 마중을 나갑니다. 세계 해군의 전통입니다. 외국 함정이 들어올 때 일종의 손님맞이용 의전 함정이 일정을 마치고 나갈 때까지 옆에 붙어 항해하는데 어떤 급의 함정이 호스트쉽이 되느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한국, 영국 해군이 함께할 기회가 왔으니 이런저런 훈련도 하게 됩니다. 서로 함상 탑재 헬기를 보내 상대국 함에 이착함 훈련도 해보고, 통신망을 연결해보거나 단정을 내려 오가기도 하고, 우리 함정이 영국 함대 대형 안으로 들어가 항해도 합니다.


[이역만리 항모 파견…美 주도 아태 전략 '지분 확보']

항공모함은 혼자 움직이지 않습니다. 전투시에는 물 밑에 잠수함, 옆으로는 구축함들이 둘러싸 보호합니다. 이번에도 해병대 1개 중대와 함정 6척, 잠수함 1척을 더해 항모 타격단을 구성해 움직입니다. 함재기와 헬기도 싣습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인도, 싱가포르도 거칩니다. 6개월에 이르는 긴 여정, 방문국은 40여 개국으로 전망됩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항해로 '글로벌 브리튼'의 깃발을 휘날리게 된다"면서 "우리의 영향력을 보이고 힘을 암시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항모는 자국의 국력을 보여주는 수단, 국력을 '현시'하는 전략 자산입니다.

인디펜던트지는 순방국 가운데 인도와 일본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나라들이며 이들 국가와 한국, 싱가포르는 "중국의 인도 태평양 확장전략에 맞서는 서방의 동맹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방대학교 김영준 교수는 영국 항모의 순방이 "싱가포르에서 남중국해 해상으로 이어지는 해상에서 미국의 주도권 유지에 기여하고, 그만큼의 파이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한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이 지역 국가는 물론 영국, 프랑스, 호주, 캐나다까지 참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영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이바지함으로써 지분을 확보하고 목소리를 키우겠다는 의도라는 겁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 동맹은 영국으로서도 아태 진출을 정당화하는 계기가 됩니다.

영국 항모 타격단에는 미 해군 구축함과 네덜란드 해군 호위함도 참여합니다. 미국은 현재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이 수역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펴고 있습니다. 영국 항모타격단이 한국을 향하면서 일부러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지역을 항로로 잡아 미 해군 함정과 함께 보란 듯이 항해하며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 가능성이 큽니다.

미·중 갈등 속, 쉽지 않은 위치에 놓인 우리나라의 입장 때문일까요? 영국 항모의 한국 방문을 공식적으로 밝힌 국방부 자료는 단 두 문장으로 간결했습니다.

국방부 보도자료
[한국 경항모 사업 참여도 '남는 장사' ]

경항모 보유를 추진하는 한국과의 협력도 목적입니다. 현재 구상되는 우리 항모는 함재기로 수직 이착륙기 F-35B를 운용할 것이 유력합니다. 영국 항모와 같은 기종입니다.

영국은 중형 항모, 우리는 경항모로 전체적인 크기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 해군이 공개한 경항모 개념도는 영국 항모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배를 조종하고, 항공기를 관제하는 함교는 앞 뒤 2개로 배치하고, 함재기를 비행갑판으로 이동시키는 엘리베이터 2기는 한쪽으로 몰았습니다.

이미 영국은 대사관이나 방산업체 차원에서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우리 항모 사업에 참여를 타진해 왔습니다.

한국형 경항모 개념도
우리 해군이 잠수함을 도입할 때 운용 기술을 배우기 위해 독일에 파견했던 해군 장교 중 한 명이었던 문근식 경기대 교수는 항모 건조는 물론 운용 노하우도 영국이나 미국으로부터 배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조선 업체에서도 핵심 기술 탐색이나 도입을 위해 영국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군 또한 장교를 파견해 항모 정비 주기, 함재기 관제, 작전 개념, 항공기 이착륙 순환('소티') 운용 능력 등을 습득해야 합니다.

영국으로선 한국이 좋은 시장인 셈. 영국이 막대한 비용과 정예군을 투입해 '대항해 시대', '대영제국'의 항해를 재현하려는 데에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남는 장사라는 계산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