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몸 ‘독감 백신’ 정치 도구로?…지자체, 무료 접종 경쟁_라비탄은 근육량을 늘립니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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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독감 동시 유행?…"독감 백신, 올해는 맞고 보자"

올겨울이 심상찮습니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자, 불안감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만 해도, "태어나서 독감 주사 한 번도 안 맞았는데, 올해는 맞아야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정말로 그랬습니다. 무료 접종이 중단됐는데도 부산 수영구의 한 의원에 취재진이 가보니, 이른 아침부터 독감 백신을 맞으려는 인파로 북적였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2~30대의 접종률이 더 늘었다는 점입니다. 또 백신 소진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9월 초부터 유료 접종(약 3만 원)이 시작됐는데, 이 병원에서만 독감 백신 하루 소진량을 모두 쓴 날이 벌써 두 차례나 됐습니다. 10월에 독감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던 평년과 확연히 다른 풍경입니다. 의원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 똑같이 대답합니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독감은 예방이라도 가능하니까, 돈이 들더라도 일단 맞고 본다"는 겁니다.


그런데 하필, 엎친데 덮쳤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밝힌 올해 국내 독감 백신 생산량은 약 3천만 명 분량입니다. 원한다고 해서 국민 모두 다 접종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 유통회사의 독감 백신 '상온 노출'로 인해, 품질 검증 결과에 따라 500만 명 분량(무료 접종 대상자)이 전량 폐기될 가능성도 생겼습니다. 1,900만 명의 무료 접종 대상자들은 더 초조해졌습니다. 전국 각 병·의원에 유료 접종 행렬은 날마다 이어지는데, 애초 예정됐던 무료 접종 시기는 안전성 검증 절차 때문에 연기되고. 이유야 어쨌든, 독감 백신은 올해 분명 '귀하신 몸'입니다.


'독감 백신'도 정치?…기초단체, 무료 백신으로 '환심'

제 지인이 그러더군요. "너는 좋겠네. 부산 남구에 사니까, 올해 독감 접종 무료겠네? 우리 구청은 뭐하는지 몰라".

발빠르다고 해야 할까요? 눈치 빠른 기초단체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독감 백신 무료 접종' 카드를 꺼내들고 있기 때문이죠.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는 부산 최초, 전국 최초, 나아가 세계 최초(?)까지 등극한 부산 남구가 특히 그렇습니다.


부산 남구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마스크 품귀 현상을 빚었던 지난 3월, 방역 마스크 100만 장을 중국에서 직접 수입했습니다. 남구 자체 예산 9억 원을 썼습니다. 이 마스크는 1인당 3장씩, 구민들에게 무상 지급됐습니다. 당시, 코로나19로 수출이 막히고 수입 통관 절차도 까다로운 시기였는데 부산 남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마스크를 수입해온 겁니다.


또 있습니다.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딱 1분 만에 가능하게 한 '워킹 스루'.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지 않고도 의심 환자를 안전하게, 신속하게 검사할 수 있는 검사소입니다. 이것도 부산 남구가 최초로 도입해 전국으로, 또 해외로, 퍼져나갔습니다. 이 진단검사 방식은 행정안전부 선정 행정 혁신 우수 사례로도 뽑혔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무료 독감 백신입니다. 부산 남구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28억 9천여만 원을 재빨리 확보했고, 이 돈으로 국비지원 대상자 11만 명 외에 일반 구민 15만 8천여 명에게도 백신 무료 접종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부산에서는 단연 첫 사례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부산 남구를 비롯해 제주도와 경남 진주시, 경북 안동시, 경기 구리시, 전남 여수시까지…. '백신 정치'랄까요, 전국 자치단체가 '독감 백신 모든 주민 무료 접종'에 경쟁적으로 가세하고 있습니다.


'백신 정치'에 불편한 중앙 정부, 공문을 무시하다니…

자치단체의 잇단 선심성(?)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발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결코 달가울 리 없습니다. 앞서, 전국 각 자치단체에 "권장 대상자 위주로 독감 백신을 접종하라"며 공문을 보내 권고했는데, 오히려 난처해진 형국입니다. 가뜩이나 독감 백신이 부족한데, 굳이 건강한 성인까지 반드시 접종해야 하는 건 아닌데도, 일부 자치단체가 거꾸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 정부는 건강한 성인이라면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기본 수칙을 잘 지키면 된다고 합니다.)

중앙 정부가 이렇게 경계하는 건,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심성(?) 무료 접종 대상자가 전국적으로 계속 늘어나면,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의) 취약계층이 제때 독감 백신을 맞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 독감 과잉 접종으로 인해 예산 낭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주민이 다 같은 생각일 겁니다. 확실한 건, 코로나19든, 독감이든, 만에 하나 걸리지 않을까 불안하다는 겁니다. 전국적으로 점점 늘어나는 자치단체의 '독감 백신 무료 접종' 사업.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선제적' 대응일까, 백신 품귀만 부추기는 '선심성' 정책일까,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