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직통전화 ‘담판’ 강왕귀 부장 _슬롯 리치로 돈 버는 방법_krvip

개성 직통전화 ‘담판’ 강왕귀 부장 _플레이 승리_krvip

“이제 고려개성인삼주로 폭탄주나 하러 갈까 합니다” 지난 17일 새벽 1시. KT 광화문지사 8층으로 반가운 e-메일 한통이 날아들었다. 개성에 통신장비를 보내도 좋다는 미국 상무부 공문. 이튿날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얼굴에 옅게 홍조를 띤 강왕귀 KT 부장(47.사업협력실 남북협력담당)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 북한 대신 '북측'이 됐습니다 = 강 부장은 인터뷰 내내 '북한'보다 '북측'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3년여에 걸쳐 북한에만 20번을 다녀왔습니다. 저도 모르게 북한보다 북측이 입에 붙었죠. 직함 뒤에는 무조건 '선생'을 붙여야 합니다." 미 상무부가 지난 17일 KT에 통신장비 반출을 최종 승인하면서 개성에 직통 전화를 연결하기 위한 마지막 숙제가 풀렸다. KT는 올해 안에 최초의 민간 남북 직통전화를 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강 부장은 3년여 동안 개성 직통전화 사업을 이끌어온 숨은 일꾼. 지난해 4월 KT가 조선체신회사와 개성 공단에 직통전화를 놓기로 처음 협의한 순간부터 최근 장비 반출 승인을 얻기까지 강 부장은 늘 현장을 지켰다. "2004년 4월 6일 개성 시내 '사람산' 여관입니다. 이름도 못잊죠. 1박2일 동안 밤샘 마라톤 협상을 했는데 (북측이) 낮에는 용천소주, 고려개성인삼주를 먹이고 밤에는 자다가도 전화를 걸어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더라고요." 미국 기술이 포함된 물자를 북한 등에 보낼 경우 반출 승인을 받도록 하는 'EAR(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 수출통제규정 규정)'이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했을 때도 강 부장은 미국의 현지 시차에 맞추기 위해 부원들과 교대로 밤샘 업무를 진행해 왔다. 반출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강 부장은 벌써 21번째 개성 출장 계획을 잡았다. 다음 출장은 반드시 '남북 첫 직통전화 개통식'으로 기획하겠다며 그는 책상 한쪽에 깔린 북한 지도를 다시 꺼내 든다. ◇ '협상 베테랑'에 첫 난관 = KT가 개성 공단에 입주한 11개 남한 기업을 대상으로 민간 직통전화를 연결하겠다고 하자 북측은 강경하게 불허 입장을 밝혔다. '통신 주권'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업협력실에 근무하며 미국 등 주요 통신 업체와 기술 이전 등의 계약을 도맡아 '잔뼈'가 굵어진 강 부장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 "협상의 기본 자세는 '내 이득을 이만큼 양보할테니 너도 동일한 패를 포기해라 '는 식의 '카드 게임'과 비슷합니다. 이번엔 이러한 '협상 카드'가 전혀 먹히지 않았던 점이 가장 어려웠죠." 강 부장은 개성 직통전화 협상 과정에서 해답이 '신뢰'에 있었다고 단언한다. 내년부터 개성공단 본단지 조성이 본격화되면 직통 전화 필요성이 급증하게 되고 풍부한 사업 경험과 기술력을 가진 KT와 손잡아야 한다는 점을 내세워 조선체신회사 경영진을 꾸준히 설득했다고 한다. '노하우'를 구체적으로 묻자 강 부장은 "'남는 장사'가 아닌 '함께 하는 장사'로 만들겠다는 점을 중점 부각시켰습니다. 처음에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던 북측도 1년여에 걸친 설득 작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요"라고 전했다. 대미 협상도 마찬가지. KT와 조선체신회사는 지난 3월25일 개성공단 통신요금을 분당 40센트로 책정하는 등 부속합의서를 체결하고 4월 공사에 착수, 5월말 전화와 팩스 등을 개통할 계획이었으나 'EAR 변수' 등이 돌출하면서 서비스가 무기 연기됐었다. 이에 대해 강 부장은 "예상치 못했던 변수였다"고 시인하면서도 "주한 미 대사관 등의 적극적인 협조로 정치적인 절차를 순조롭게 소화했다"고 말했다. 특히 미 상무부가 지난 7월 KT의 7개 품목 반출 요청에 대해 통상적인 처리기간인 45일을 훌쩍 넘겨 승인한 데 대해서도 "향후 남은 과정에서 미 상무부쪽과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답해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 북한에 걸어도 이제 '국제전화' 아니에요(?) = 현재 남한에서 개성 공단에 거는 전화는 일본을 거쳐가는 국제전화. 요금도 국제전화 기준으로 분당 2.3달러로 매겨왔다. 그런데 "개성 직통전화가 연결되면 더이상 북한은 국제전화로 걸어야 할 곳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시외 전화에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며 인터뷰 내내 자신있게 답변을 하던 강 부장이 말꼬리를 흐린다. "개성 직통전화는 분명 '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북한과) 완벽하게 '우리 일'로 추진하기에도 애매한 부분이 있죠"라며 안경을 쓸어 올리기도 한다. 분단 국가간 시장 개방이나 기술 협력 등을 추진할 때 통신 시설 및 서비스 교류는 가장 마지막 단계에 개방되는 분야로 남긴다고 한다. 국가간에 마지막으로 남은 '장벽'도 한번에 허물 수 있는 분야로 꼽히기 때문이라고 강 부장은 덧붙였다. "북측은 이번 직통전화 연결 사업을 두고 '속옷 차림으로 협상에 임했다'며 우스갯 소리를 합니다. 저희는 '남측은 팬티마저 벗었다'고 받아쳤죠. 그만큼 교류의 폭이 확대됐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강 부장의 설명대로 직통전화 연결은 개성공단 가동의 숙원 사업이었던 통신 문제를 한번에 해결한 것은 물론 북측과의 민간 경제 교류를 통신 분야까지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 상무부에도 최초로 라이선스를 신청하고 승인을 얻음으로써 통신 개통은 물론 타 업체의 북한 지역 장비반출 문제에 있어서도 좋은 선례를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도 강 부장은 남은 과제가 많다며 입술을 앙다문다. 개통 시기를 연내로 잡고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장비 반출 및 공사 일정을 놓고 북측과 협의해야 하는 데다 개성 본단지의 경우 시범 단지와 같은 모델의 장비라도 미 상무부로부터 다시 허가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KT 문산 지점을 거쳐 개성 공단내 시범단지까지 이어진 20㎞ 구간의 짧은 통신선. "미 상무부의 반출 승인 e-메일을 받고 제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지금 개성에 있을 조선체신회사 김인철 부사장 선생입니다. 이 소식을 들었는지, 듣고 기분은 어땠는지 궁금했습니다. 전화를 걸어 물어볼 수는 없으니까요.(웃음)" KT는 개성공단 시범 단지에 마련한 자사의 현지 지사를 향후 대북(對北) 통신사업 총괄 센터로 확대시킬 계획이다. "그때는 바로 (북한에) 전화를 걸어 소감도 직접 물어볼 날이 오겠죠"라며 강 부장은 자신에게 다짐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