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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호우와 태풍에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지난해 11월 지진으로 인해, 이재민이 된 포항지역 주민들입니다.

지진으로 파손된 집을 떠나온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여진이 계속돼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죠.

여기에 벽에 간 금에선 비가 올 때마다 물이 새고 있다고 합니다.

보도에 김병용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지진 피해를 입었던 포항의 한 아파트입니다.

부엌 천장에 난 틈 사이로 물이 계속해서 떨어집니다.

사정은 다른 방도 마찬가지입니다.

급한대로 대야를 받쳐놨지만, 금세 흘러 넘치고, 비가 새면서 천장 벽지까지 흠뻑 적시고 있습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냇물 내려가듯이 (물이) 졸졸졸 내려가요. 그 위에서 스며들어서……."]

포항의 한 실내체육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들 200여 명 가운데 40여 명이 텐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다리조차 제대로 뻗기 힘든 작은 텐트 안. 살림살이라곤 세면도구가 전부인데요.

무더위와 장마까지 겹치면서 후텁지근한 날씨로 지내기는 더욱 힘듭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요새는 날이 더우니까요. 천막에 들어가면 숨이 탁탁 막혀요. 텐트 이만한 데서 둘이 자보세요. 사람이 잘 수 있겠어요?"]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모기 때문에 더 문제예요. 모기가 들락날락하니까."]

하지만 집에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집에 들어갈 수 있음 뭐 하러 이 나이에 여기서 죽치고 있겠어요. 엉망진창이죠."]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갈라졌잖아요. 바람 불고 비가 오면 갈라진 데가 많아서 거기 틈새로 물이 들어와서 다 새는 거예요."]

지진으로 파손되기 전 아파트에서 25년을 살아온 한 이재민.

자식들을 다 키워 내보낸 뒤, 평화롭던 일상이 송두리째 망가졌다고 합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세상 다 싫죠. 제가 원래 활발한 성격이라 친구들하고 어울리고 노래 교실도 다니고 어디 가고 모임하고 그랬는데 여기 와서 다 끊었잖아요. 아예. 다 싫어요."]

지진 이후, 두근거리는 마음 때문에 신경안정제를 끊을 수가 없다고 하는데요,

다시 집으로 돌아가보려 했지만, 땅이 흔들리는 느낌 때문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트라우마(정신적 충격)가 있어서 이렇게 흔들려요. 평소에는 안 먹었어요. 여기서는 무조건 두 알. 안 그러면 잠이 안 와요."]

지자체에선 트라우마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심리안정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주민들의 피부에는 잘 와닿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치료받을 그런 마음의 여유도 없어요. 트라우마는 있는데 내 집이 지금 어떻게 되는지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그렇게 할 수 없어요."]

장마가 시작되던 지난 주말, 지진 피해를 입은 아파트를 다시 찾았는데요.

이곳은 지난 1월 포항시에서 '작은 피해'로 거주해도 된다는 판정을 내린 곳입니다.

하지만 아직 안전 펜스가 쳐져있고,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도 그대로입니다.

최근 호우가 내리면서, 갈라짐이 심해지는 등 2차 피해까지 발생해 주민들 속은 더욱 타들어갑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갈라져 있는 데로 비가 들어와서 (시멘트) 발라놨잖아요."]

어린 자녀가 있는 이 가구는 마냥 텐트에서 지내게 할 수 없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장마가 시작되고 곳곳에서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비 오면 빗물이 뚝뚝 이 자국으로 타고 오면서 지금 비가 와서 곰팡이가 폈거든요."]

자녀들이 계속 생활해도 되는지 엄마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애들이 아토피가 있어서 환경이 되게 안 좋거든요. 지금 고민 많이 하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될 지."]

다른 주민의 집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방 곳곳에 통과 대야가 놓여있습니다.

비가 내릴 때마다 임시방편입니다.

물이 고여 천장이 내려앉을까봐 일부러 구멍을 뚫어 빗물을 받아내고 있습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저 위에서 물이 줄줄 흐르고 전체적으로 다 흐르고 거실이나 주방도 엉망이에요."]

체육관에서 지내고 있지만, 요즘 같이 비가 잦은 장마엔 불안해서 하루에도 몇 번 씩 집에 들른다고 합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비 오면 체육관에 있다가 새벽같이 달려와요. 밤새 비가 막 여기 고이고 그래서 태풍도 같이 온다고 해서 너무 걱정이에요."]

이 아파트에만, 이런 곳이 한두 집이 아닙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전체적으로 흔들려버린 상태니깐 불안한 거죠. 여기서 계속 살라고 하니까. 이거는 절대 보수해서 못 살아요."]

포항시 측은 지난 1월 정밀안전진단결과 사용 가능 판정을 내렸지만, 주민들은 이 같은 검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합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이게 안전하답니다. 물론 노후화돼서 금도 가잖아요. (하지만) 재해가 안 생겼을 때는, 지진이 안 났을 때는 안전해요. 이건 지진으로 흔들어 놨기 때문에……."]

문제는 주민들이 지난 4월 자체적으로 자비를 들여 정밀안전진단을 받았는데, 이번엔 정반대인 사용불가능 판정이 나왔다는 겁니다.

두 검사 결과가 다른 이유는 적용 지침이 달랐기 때문인데요,

시에선 1988년에 마련된 안전진단 지침을, 주민들은 2016년에 개정된 좀 더 까다로운 안전진단 지침을 적용했습니다.

결국 행정안전부에 판단을 요청했는데요.

[행정안전부 관계자 : "정밀안전진단의 목적이 지진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복구 지원 기준을 마련하는 건데요. 그러면 '설계 당시의 기준으로 하는 게 맞다.' 노후화된 건물, 멀쩡한 건물도 지금 강화된 기준으로 하게 되면 다 안 좋게 나오겠죠."]

포항시는 행안부의 판단에 따라, 조만간 주민들과 상의를 통해 대피소를 폐쇄하고 대신 공동주택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지금 우리 상태는 집을 버려야 되는 입장인 거예요. 세간에서는 '천재지변을 가지고 정부로부터 해달라고 때 부리는 건 억지다.' (라고 하는데), 나라가 있으니까 우리가 요구하는 거죠."]

지진에 이어 호우와 태풍과 맞닥드리게 된 이재민들의 마음은 또 한 번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