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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달, 25개 학교에서 2천 3백여명의 학생들이 단체급식으로 식중독에 걸리면서 또 다시 우리 학교 급식이 얼마나 안전하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넘쳐도 부족한 것이 바로 아이들의 안전한 급식을 위한 어른들의 노력일 것입니다. 철저한 위생관리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학교 급식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 그리고 친환경 급식과 생산자 직거래 등의 방법으로 새로운 급식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제주와 부산 지역의 학교들을 통해 학교 급식의 해법을 모색해봤습니다. <리포트> 일본 치바현의 한 소학교, 아침 7시 반, 학교 조리실에서 영양사가 수돗물의 염소 농도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시바시 유우코(영양사) : “물의 안전은 기본이므로 염소가 0.1ppm 이상이 아니면 급식을 만들 수 없습니다.” 도착한 식재료들을 영양사와 조리원들이 꼼꼼히 검수하고, 이어 세척 작업이 시작됩니다. 세척실의 절대 수칙 하나! 바닥에 물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른바 드라이시스템, 세균 번식의 온상이 되는 습기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세제를 쓰지 않는 3회 세척이 기본 원칙입니다. <인터뷰> 이시바시 유우코(영양사) : “드라이시스템이므로 채소를 씻을 때도 물을 흘리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습니다. 지금 미니 토마토를 씻고 있는데 날 것으로 입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맨 손으로 씻지 않고 장갑을 끼고 씻습니다.” 또 오염을 막기 위해 60센티미터 이하로는 절대 식재료들을 내려놓지 않습니다. 가열이 시작된 음식은 학생들이 먹을 때까지 2시간을 넘기면 안 되고, 채소를 날 것으로 먹지 않도록 돼 있어 모든 채소는 반드시 75 도 이상에서 데쳐집니다. 따라서 모든 조리과정에서 온도를 측정해 기록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인터뷰> 이시바시 유우코(영양사) : “급식에서 이렇게 가열했다, 중심 온도를 여기까지 올렸고 여기까지 식혔다는 내용의 기록을 남김으로써 (식중독이 발생하면) 급식이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힐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몸을 지키는 일입니다.” 식중독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그날 그날 식재료는 이주일 동안 빠짐없이 냉동실에 보관됩니다. 배식 30분 전, 교장이 매일 그 날의 급식을 먼저 먹어봅니다. <녹취>교장 : “오늘도 맛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주세요.” <녹취>영양사 : “배식하겠습니다” 철저한 위생 관리 아래 만들어진 음식들은 아이들의 책상 위로 올라갑니다. <인터뷰> 오오타 유사카(시즈소학교 3학년) : “우리 반 친구가 신청한 비빔면인데 정말 맛있어요.” 이 학교 학생들이 내는 한 끼 급식비는 우리 돈으로 2천 원 정도, 모두 식재료 구입비로 사용됩니다. 나머지 관리비와 인건비 등은 모두 자치단체의 몫, 질 높은 급식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인터뷰> 하이사코 타카다(사쿠라시 교육위원회 보건급식 담당) : “사쿠라시의 교육 예산은 한 해 46억 엔인데 이 가운데 급식 관련 예산은 8억 엔 정도로 약 17% 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지역 농산물을 30% 이상 사용하도록 하는 국가 방침에 따라, 시 교육위원회가 질 좋은 쌀과 주요 채소류를 지역 농협과 계약해 공급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네모토 하루히코(인바농협 과장) : “여기에도 적혀 있듯이 ‘고시히키리’라는 품종의 쌀을 사용하도록 돼 있습니다. 등급을 ‘고시히키리’ 가운데서도 1등, 2등, 3등, 이런 등급을 매겼는데 이에 대해서는 시 교육위원회와 1등급 쌀을 사용하라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른 새벽, 한 옥수수 농가에서 옥수수 수확이 한창입니다. <인터뷰> 세이미야 나오코(농민) : “아침에 일찍 따서 오늘 딴 것을 신선하게 어린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신경씁니다.” 이 지역 농민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인근 학교로 농산물을 싣고 가 아이들에게 농산물에 관한 수업을 합니다. 농민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아이들은 음식들이 어떻게 만들어져 책상 위로 올라오는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인터뷰> 시라이 마나(시즈소학교 4학년) : “옥수수 껍질을 다 벗겼는데도 수염이 많이 달려있어서, 옥수수 껍질 벗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었어요.” 학교 안에는 아이들이 직접 가꾸는 밭도 있습니다. 직접 가꿔서 먹어봐야 농산물의 중요성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하이사코 나카다(사쿠라시 교육위원회 보건급식 담당) : “학교 급식을 통해 어린이들이 지역을 알게 됩니다. 학교 급식의 식재료로 사용한 메뉴들이 학교 교육 속에 포함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친환경 급식을 시작한 제주시의 아라중학교. '안전한 급식'을 위해서는 '안전한 식재료'가 가장 우선이라는 생각에 학부모와 학교가 함께 친환경 급식 정착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전체 식재료에서 친환경 농산물 비중이 70%를 넘었습니다. <인터뷰> 이인숙(아라중학교 영양사) : “식재료의 안전성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어요. 제가 주문을 하고 발주를 하고 납품을 받으면서 느끼는 점은 재료가 농약이나 화학재료에 찌들지 않은 신선한 친환경적으로 만든 식품이라는 것에 대한 검사하는 자체인 저부터 안심하는 거죠.” 육류를 좋아하던 아이들도 이제 채소류 위주의 급식에 만족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우(아라중학교 2학년) : “예전에는 육류만 먹었는데요, 이제는 채소류도 같이 먹고, 과일도 많이 먹고요. 식생활 습관이 좋아진 것 같아요.” 이 학교는 특히 전체 조리원의 30%가 학부모로 구성돼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식재료 검수에서 조리까지 직접 참여하다보니, 아이들에게 안전한 식사를 제공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일춘(아라중학교 학부모 조리원) : “아이가 이 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어떤 재료를 쓰고 있나, 음식은 깨끗이 만들고 있나, 이렇게 참여해서 제가 직접 이렇게 조리해서 학생들 나눠주려고 나오게 됐습니다.” 지난 2004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친환경 학교 급식 조례를 제정한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현재 30%의 학교에서 친환경 급식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100%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김정순(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 학교보건팀장) : “우리 아이들을 지켜내야 하겠다라는, 아이들을 건강하게 해 주자, 학교급식을 통해서...학교급식에서 이뤄지는 친환경급식이 가정으로도 파급될 것이다...” 연간 50 톤 가량의 농산물을 제주도내 학교에 공급하고 있는 친환경 농산물 생산 농가입니다. 천연식물과 알콜 등으로 농가에서 직접 만든 유기농 비료로 농산물들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형신(제주보타리친환경연구회) : “농약이 아니라 화학비료가 아니라 천연퇴비로 농사를 짓고 있는 거죠. 미생물뿐만 아니라 지렁이의 먹이도 되고 열무의 먹이도 되고...” 도내 친환경 급식 덕에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와 비교해 농산물 판매량이 세 배나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더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아이들에게 먹이려면, 아직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은 친환경 농산물 공급 체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것이 친환경 농가들의 얘기입니다. <인터뷰> 김형신(제주보타리친환경연구회) : “공급하는 사람 따로, 생산하는 사람 따로, 학교 따로, 이렇게 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학교에 있는 영양사님들이 누구를 선택할지를 모른다는 거죠. 그러한 공급체계와 홍보가 미흡합니다.” 부산 시민들과 인근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 생산 농민들이 손을 잡고 문을 연 '안전한 학교급식 시민생산자물류센터', 학교와 농민들의 직거래로 중간 유통 이윤을 없애고, 시민들이 식자재 공급 과정을 직접 감시하기 위해 생긴 곳입니다. <인터뷰>손동호(‘안전한 학교급식’ 부산시민운동본부 사무국장) : “다른 일반 공산품 같은 것은 조달청이 있습니다. 그런데 급식과 관련된 것만 전부 아웃소싱을 주고 있습니다. 납품업체에게 주고 위탁업체에 주고 있단 겁니다. 그래서 이러한 조달청 같은 기능을 가졌을 때 공공성이 확립되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습니다.” 다음달 정식 개장을 앞두고 현재 부산 시내 5개 초등학교에 시범적으로 직거래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른 새벽, 가까운 농지에서 갓 수확돼 초등학교로 배송된 채소들, 생산자는 안정적인 판로를, 학교는 신선한 식자재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황선희(화명 초등학교 영양사) : “산지하고 직거래를 하게 되면 일단 신선도가 일반 유통업체를 통해서 들어오는 것보다 한 질 더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구요, 그 다음에 학생들 돈을 받아서 저희가 직접 거래를 하니깐 가급적이면 가격이 낮고 질이 좋은 것을 받고 싶은데 그런 면들이 충족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학교급식이 도입된 지 15년, 이제 하루 730만 명의 학생들이 하루에 한 끼씩, 일주일에 5번, 12년 동안 학교에서 점심식사를 합니다. 때문에 아이들은 가장 안전하고 가장 우수한 먹을거리를 제공 받아야 하고, 어른들은 바로 그것을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매년 식중독 사고로 얼룩지고 있는 우리 학교 급식이 ‘바뀌어야 하는’, 그리고 ‘바뀌고 있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