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성추행에 노출된 장애인 선수…10명 중 1명 성폭력 피해_마더보드 슬림 슬롯 지원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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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접촉을 하게 되면 나를 위한 지도라는 생각은 들지만, 내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장애인 선수는 비장애인 선수에 비해 지도자와 선수 간의 위계가 강해서 지도자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다."

"어릴 적 대나무 막대기로 훈련 차원에서 맞는 일이 잦았다. 다른 기관으로 스카우트돼 나오기 전까지 이런 폭력이 계속됐다.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었다."

장애인 운동선수들이 직접 말한 피해 내용입니다. 장애인 선수들은 비장애인 선수 못지않게 각종 폭력에 노출돼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장애인 선수 1,554명을 조사한 결과, 폭력이나 학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22.2%, 성폭력 피해 경험 응답자도 9.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권위는 "대한장애인체육회를 중심으로 장애인 선수의 인권보호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선수가 성폭력 등 신체의 자유 침해와 차별 또는 거부를 경험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폭행' 때문에 종목 바꿨지만 계속된 폭행…. 5명 중 1명은 폭행 경험

"코치에게 심각한 수준의 구타가 있었다. 신고하려고 했지만, 코치가 미안하다고 했고 최고 선수로 만들어주겠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이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어릴 적 장애로 인해 다른 선수들보다 이해도가 떨어져 훈련을 따라가는 속도가 늦다 보니 감독으로부터 험한 말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 혼을 낼 때 그 이유를 알지 못해 혼돈이 많았다. 그래서 선수생활을 잠시 그만뒀다. 다시 복귀했을 때 여전히 언어, 신체적 폭력은 계속됐다. 괴롭힘이 계속돼 결국 운동 종목을 바꿨다. 새로운 종목에서도 언어폭력은 여전히 있다."

이처럼 장애인 선수 중 욕설을 비롯한 폭력, 학대를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354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22.2%를 차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협박이나 욕, 모욕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292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과도한 훈련이나 기합, 얼차려 등의 체벌, 구타 피해도 상당수였습니다. 이외에 흡연이나 음주를 강요받은 적 있다는 응답이 37명, 교실이나 운동부실, 라커룸 등에 가둬진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2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런 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감독, 코치로 응답자의 49.6%, 절반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이런 가혹 행위는 훈련장과 경기장, 합숙소에서 대부분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이익 받을까 봐 신고 못 해"…. 성폭력 피해에 노출된 장애인 선수

"주변 여자 동료 선수들의 경우 코치가 허락도 없이 머리나 어깨 등 신체 일부를 만지거나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계속하는 경우가 있었다. 동료 선수가 너무 힘들어 신고하고 싶어 했지만, 혹시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겁이 나서 하지 않았다. 나 역시 같은 피해를 겪었더라도 신고는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신고했다가 코치와 사이가 좋지 않게 되면 경기출전과 같이 운동선수로의 삶이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체 접촉이 많은 종목이다 보니 훈련 중에 코치가 엉덩이를 만지거나 지나가면서 스치듯 신체를 치고 가는 등 기분 나쁜 상황들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성폭력 피해에 노출된 선수는 10명 중 1명꼴로 나타났습니다. 육체, 언어, 시각적 성폭력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선수는 143명으로 전체의 9.2%에 달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언어적 성희롱이 6.1%, 시각적 성희롱이 6.0%, 강제추행과 강간 등 육체적 성희롱이 5.7%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인권위가 조사한 운동선수 성폭력 피해 실태를 보면, 대학생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9.6%, 성인 선수는 11.4%가 성폭력 피해를 봤다고 답했는데 이와 비슷한 수치인 겁니다. 비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 선수 역시 폭력에 그대로 노출된 현실을 보여줍니다.

인권위는 지난 2012년 대한장애인체육회장과 문화체육부 장관에게 장애인 체육선수의 정기적인 실태 조사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인권위는 "2012년 당시 성폭력 피해 경험은 없는 것으로 조사된 것과 확연히 다른 결과로 그간 실태조사를 비롯한 현장 모니터링이 없었다는 문제가 드러났다"며 "내부 문제를 발설하지 못하는 체육계의 구조적 폐쇄성과 내부의 자정작용을 통한 인권침해 구제의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지체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피해 인정 못 받아"…. 도움 요청해도 '2차 피해' 태반

"지체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성폭력 피해에도 적용되곤 하는데 지체장애인이 성폭력 피해를 당하여 운동부 안이든 밖이든 도움을 청하더라도 지체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피해 사실을 무시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분명한 증거가 없는 한 어떤 도움도 받기 어려운 것이 장애인이다."

폭력에 노출된 장애인 선수들은 제대로 된 도움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자 중 외부 기관 등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1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를 수행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로 '보복이 두려워서', '선수생활에 불리할까 봐'라고 응답한 비율이 36%"라며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낮은 위치에 있어 나타난 결과로 위계적 관계에 의한 폭력 재생산 구조를 근절하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설사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2차 피해로 이어진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차 피해 내용으로는 '기관에서 사건 접수를 지도자와 동료에게 내 허락도 없이 알렸다'는 응답이 11.5%, '기관에서 오히려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화해나 합의를 유도했다' 13.5%, '기관에서 나를 조사하면서 기분 나쁜 질문을 하거나, 오히려 비난하고 의심했다' 3.8%로 나타났습니다.

장애인 선수들은 시설 이용에도 큰 불편을 겪는다고 답했습니다. 민간과 공공체육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 선수 중 각각 32.0%와 29.1%의 응답자가 장애인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의 미비로 이용이 어려웠다고 답했습니다. 또, 체육시설을 이용할 때 '장애인이라 안전상의 이유로 이용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상당수였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장애인 선수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인권 교육 의무화, 지역 장애인체육회 내 인권상담 인력 보강,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 및 공공 체육시설의 환경 개선 등의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인권위는 오늘(13일) 진행한 '장애인체육선수 인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정책간담회' 내용을 토대로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정책 권고를 이어갈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