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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또래 친구들을 위해 지리산 31km 종주에 나선 초등학생들이 있습니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나들이 한 번 제대로 못하는 불우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자신들을 ‘막무가내 대장부’라고 이름 붙인 25명의 지리산 도전을 함께 했습니다. <리포트> 해발 천 5백 미터 지리산 산자락, <녹취> "그냥 내려 갈래요. (내려갈 수도 없어. 온 만큼 너무 먼데 여기로 가는 게 낫지. 가자.) 가려면 굶어죽으면 굶어죽는 게 낫다니까요. 죽고 싶어요. 죽여주세요." 한 여학생이 넘어지면서 입술을 다쳤습니다. <녹취> "아아, 아야" <녹취> "약 같은 거 먹는 거 있어 약, 진통제 있어." 어른들도 힘들다는 지리산 종주, 과연 어린 친구들은 무사히 31km 완주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한 초등학교에서 조촐한 출정식이 열렸습니다. 올해로 4번째를 맞는 6학년들의 지리산 종주, '막무가내 대장부'들이란 험난한 지리산에 도전한다는 뜻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붙인 애칭입니다. <녹취> 조하늘(교사) : "자, 여러분 우리가 지리산 왜 올라갑니까?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예, 역시 이번에 가는 4기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그로부터 나흘 뒤, 드디어 도전의 날입니다. 하지만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녹취> 서예진 : "엄마 가요. 잘 갔다오래요. 옷을 너무 많이 넣은 것 같대요. (안 무거워요 짐?) 무거워요. (얼마나 무거워요?) 등이 부서질 거 같애요." 지리산까지는 4시간 여, 잠시 하늘이 개는가 싶더니 이내 검은 먹구름이 하늘을 덮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출발지점인 성삼재 휴게소, <녹취> "야, 최악의 날씨다!" <녹취> "어, 어떡해." 비옷을 챙겨입으며 전열을 가다듬습니다. 한 친구는 자기 몸보다 훨씬 큰 비옷을 차려입고 나타났습니다. <녹취> "하하하하. 대영아 일어나 봐, 벗지 말고 일어나봐." <녹취> "안 돼요, 너무 커요." <녹취> 일어나 봐, 걸어봐! 하하하, 야 이거 안 되겠다, 이거 벗고 이거 입어." 이제 준비는 모두 끝, <녹취> "두레학교 파이팅! 두레학교 파이팅! 자 이제 출발합니다!" 드디어 3박4일의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아이들은 지리산 성삼재 휴게소부터 시작해,노고단과 연하천, 장터목을 거쳐 천왕봉에 오른 뒤 중산리까지 31킬로미터를 걷게 됩니다. 산행이 낯선 아이들을 위해 첫 날은 1시간 반 정도만 오르는 비교적 수월한 일정을 택했습니다. 처음 와보는 지리산 대피소, 아직까지는 힘이 넘치는 표정입니다. 어느덧 식사 시간입니다. 한 조는 선생님 1명에 아이들 4~5명, 웬만한 일은 아이들 스스로 해야 합니다. <녹취> 안태민 : "(오늘 밥 잘 될 거 같애?) 잘 안 되면 안 돼요. 누구 먹으라고? (오늘 메뉴는 뭐야?) 오늘이요? 베이컨하고 소시지 구이요." 씻고, 자르고… 대피소는 아이들의 왁짜지껄한 활력으로 가득찹니다. 잠시 후 여기저기서 제법 그럴싸한 저녁식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니나다를까 요리에 실패한 조도 나옵니다. <녹취> 조하늘(교사) : "요리를 너무 오랜만에 해서 그래요 (먹어보시면 알 거에요. 토해요) 하하하, 잘 먹고 있으면서. (지금 이거 배고파서 겨우 먹는 거에요) 선생님 손맛 더 이상 안 믿을 거야. 내일부턴 우리가 할 거예요 우리가, 선생님 절대로 안 믿어." 그 날 있었던 일들은 잠자리에 들기 전, 일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녹취> 박하종 : "(어때 일기 쓰면서 하루 생각했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좋아 힘들어 쉬워?) 좀 쉬운 것 같아요. 아직은…" 종주를 마칠 때까지 휴대전화 사용은 금지, 그런데 하연이가 몰래 누군가와 통화를 시도합니다. <녹취> 안하연 : "근데 엄마 나 오래 통화 못해. 걸리면 혼 나." 결국 눈치 100단인 선생님한테 딱 걸렸습니다. <녹취> "핸드폰 갖고 지금 부모님과 연락 계속하는 학생들 있대요. 누군지 알 거예요 자기가." 막무가내 대장부들의 지리산 도전 첫날은 이렇게 저물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새벽, 선생님의 채근에 아이들이 몸을 일으킵니다. <녹취> "아, 안녕하세요?" <녹취> "일어나, 일어나 너 꼴찌야 꼴찌!" 오늘은 10킬로미터 이상 걸어야 하는 대장정, 꾸물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목적지인 천왕봉까지는 앞으로 25.9킬로미터, 설상가상으로 날씨는 어제보다 더 나빠졌습니다. <녹취> "자기 발목 자기가 조심하고 선생님 지시하는 거 꼬박꼬박 따르고." 그런데 무리에서 지수가 뒤처지기 시작합니다. 선생님한테 괜한 투정도 한 번 부려봅니다. <녹취> 이지수 : "책임지세요, 다. (나 책임 못지지 나도 여기 넘어가야 되는데) 어떡하라구요? (그러니까 저기까지 올라가 가방 들어줄께. 이 정도는 아직까지 지칠 타이밍이 아니잖아. 너 어제 노고단까지 왔는데) 내려가서 행복하게 집에서 사는 게 낫겠어요. (내려가려면 여길 넘어가야 된다니까, 방법이 없어.) 그냥 엄마 불러요. 그냥." 다시 한 번 힘을 내보기로 합니다. 선생님이 지친 지수에게 초콜릿을 내밉니다. <녹취> "달콤해요. (어떻게 달콤해요?) 사랑처럼…(사랑처럼 달콤해요? 오.)" 선생님과 고학년 선배의 격려를 받으며 지수는 한발한발 산을 오릅니다. 지금은 비록 도움을 받지만, 자신의 이 도전이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100미터에 100원씩 기부를 받아 불우한 또래 친구들의 여행을 도와보자고 시작한 도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약속입니다. 이번 동행에 배우 한 명이 눈에 띕니다. 영화 '친구'로 낯익은 서태화 씨, 학생들의 지리산 종주 소식을 전해 듣고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나선 겁니다. <인터뷰> 서태화(영화배우) : "트위터라는 걸 요즘 많이 하고 있는데 거기다가 제가 글도 올리고 그러니까 거기서 많이 기부도 해주시고요. 저번에 영화인 모임 할 때도 제가 이걸 소개했더니 그 자리 즉석에서 이번 모임에 동참하겠다고 이렇게 기부금 모금하는 쪽지가 있거든요. 거기다 써주신 분도 많이 계시구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고… 선생님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인터뷰> 조하늘(교사) : "지식으로 가르칠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건 경험을 통해서 가능한 건데 그 아이들이 종주를 통해서 인내하는 법, 그 다음에 자기 옆에 친구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법, 가장 중요한 우리의 목적인 자기가 고생하고 자기가 희생하는 것을 통해서 이웃에게 무엇인가를 나눠줄 수 있는 거 그런 것들을 아이들이 충분히 경험을 통해서 배워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리산 종주 3일째, 간만에 비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인터뷰> 홍새연 : "(몸은 어때?) 여기 양 옆에서 쪼여요. (다리는?) 어제는 후들들 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이번 종주 가운데 오늘이 가장 길고 험난한 일정, 지긋지긋한 비 대신에 이번엔 더위가 복병입니다. <녹취> "자, 빨리 옷 벗어서 가방에 넣으세요. 이제 더울 거야 계속." 암벽을 오르고 가파른 내리막을 타기를 2시간 여, 씩씩하던 예진이에게 갑자기 사고가 터졌습니다. <녹취> 서예진 : "저번에 부러진 거 그 때 고친 거요. 또 다시 깨진 거 같아요. (이~해 봐, 이!)" 그래도 제법 어른스럽게 아픔을 이겨냅니다. 다시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때때로 산에서 마주치는 등산객들은 흔쾌히 기부에 동참하겠다며 힘을 줍니다. <녹취> 김택상(경기도 고양시) : "젊은 학생들이 남을 돕기 위해서 이 긴 지리산 품에 안겨서 종주를 한다는 게 참 대단하고 고맙네요." 지리산에서의 마지막 밤, 오늘은 마침 두 친구의 생일입니다. <녹취> "자, 지리산 이렇게 먼 산꼭대기에서 생일을 맞이한 혜빈이와 하종이를 축하하면서 생일 축하합니다." 초코파이와 과자로 차린 생일상,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습니다. 오늘 밤 아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잠자리에 들까? <인터뷰> 김하영 : "(와서 고생하니까 해볼 만 한 거 같아?) 다신 오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인터뷰> 양승주 : "그 친구들이 어떻게 해서 어떻게 돼서 만약에 여행을 갈 수 있는 정도나 그런 정도가 된다면 그 친구들도 우리를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그런 것들을 좀 실천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고…” 마지막 날 새벽 3시, 오늘은 천왕봉 일출을 보기로 한 날입니다. 아직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산길을 막무가내 대장부들이 힘차게 오릅니다. 산봉우리 너머로 태양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냅니다. 해발 1,915미터, 지리산 정상 천왕봉! 막무가내 대장부 25명 모두가 발을 딛는 순간입니다. <인터뷰> 이호훈(두레학교 교장) : "아이들이 중간에 포기하는 아이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마지막 한 사람까지 이렇게 종주하게 돼서 너무나 기쁘고 행복합니다." 산행 내내 엄마가 밉다던 지수는 끝내 눈물을 터뜨립니다. <녹취> 이지수 : "엄마를 사랑해요. (얼만큼?) 엄청 사랑해요.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엄마 사랑해요!" 막무가내 대장부들의 지리산 종주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지난해 3기까지 모은 기부금은 천5백여만 원, 이미 불우한 또래 친구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올해 25명의 친구들은 기부의 의미와 실천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끼고 알렸습니다. 올해는 얼마나 많은 기부의 손길이 모아질 지, 그 메아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리산 가기 전엔 친구 같은 건 별로 필요없다고 느꼈는데 혼자선 할 수 없단 걸 느꼈다." "잠이 들려고만 하면 들려오는 코고는 소리,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사방에서 괴롭혔다." "우리의 이 고통이 기부가 돼 여행을 갈 수 없는 친구들에게 기회를 준다니 왠지 뿌듯하다." "우리가 도와주는 아이들도 행복한 여행을 다녀와서 좋은 추억 만들었으면 좋겠다." - 2010년 막무가내 대장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