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FTA 협상, 시작이 반이다 _돈을 내기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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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오전 10시 50분 워싱턴행 KE 093 편, 한미 FTA 1차 협상을 위해 우리 대표단 150여 명이 떠납니다. 수석 대표는 줄곧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종훈(한미 FTA 한국 수석대표) : “상당히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 김종훈(한미 FTA 한국 수석대표) : “(잘 될 것 같습니까?) 잘될겁니다.기대해 주십시요. 자 고맙습니다.” 우리 대표단은 이렇게 훗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게 될지도 모르는 긴 협상의 첫 장도에 올랐습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서울의 3분의 1 정도 크기에 인구는 57만 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지만 세계를 움직이는 심장부입니다. 조용하기만 하던 이 도시에 북과 꽹과리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한미 FTA 첫날 협상이 시작된 것입니다. <현장음> “Down Down FTA” FTA에 반대하는 원정 시위대의 맹렬한 함성을 뒤로한 채 우리 대표단이 협상장으로 들어갑니다. <현장음> “매국노들은 물러가라” 테이블에 마주앉은 양국 대표는 미소를 지어보지만 긴장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협상중에도 시위 함성은 가라앉을 줄 모르고 결국 점심식사를 위해 협상장을 나온 우리 대표가 시위대에 포위됩니다. <인터뷰> 김종훈(한국 수석대표) :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생각 안하십니까?) FTA에 찬성하시는 국민들도 많습니다.” 어렵게 승용차에 올라탔지만 시위대가 가로막고 아예 드러눕기까지 합니다. 결국 미국 경찰이 나선 뒤에야 상황이 정리됩니다. <인터뷰> 조희연(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 “6,70년대의 한국사회의 개방과 근대화 정책과는 다릅니다. 세계화 시대에 훨씬 더 섬세한 정책적 보완장치를 갖추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뒤에 개방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맹렬한 저항 속에 막이 오른 1차 협상! 시작은 비교적 순조로웠습니다. 양국이 교환한 초안을 비교해 공통점은 공통점대로 담고, 차이점은 차이점대로 하나의 문서로 담는 통합 협정문을 만드는 작업이 계속돼, 17개 분야 중 11개 분야에서 통합협정문이 완성됐습니다. 우선 서비스 분과에서는 양국이 현지 지점을 두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금융상품 등의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국경간 거래를 허용하기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앞선 금융기법과 자본으로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가 밀고 들어 올 경우 우리 금융업체들은 버거운 경쟁을 해야 합니다. 의약품 분야에서는 미국이 주장하는 약품에 대한 환자 접근권과 신약개발이라는 원칙에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신약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복제약 생산에 주력하는 국내 제약업계의 타격이 예상됩니다. 반면 공기업의 독점문제를 포함한 경쟁 분과에서는 미국이 우리의 독점구조를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를 한국으로 해달라는 우리 측 요구에 아예 논의조차 않겠다던 미국은 이 부분을 공란으로 처리하는 선에 합의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야에서 한미 양측은 하나의 통합협정문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번 1차 협상의 최대 성과가 바로 이 통합협정문의 작성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의견을 확인하는 선에 그친 것들이 더 많다는 지적입니다. 자동차 분야의 경우 자동차 세를 배기량 기준으로 매기고 있는 우리의 세제를 바꿔줄 것을 요구한 미국측 요구와, 세수 확보를 위해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우리 의견이 맞섰습니다. 지적재산권 분야는 우리나라가 저작권 유효기간을 작가가 사망한 뒤 50년으로, 미국은 70년으로 팽팽히 맞섰습니다. 한가지 주목할 부분은 미국이 교육과 의료 서비스의 공공성을 인정해 이번 개방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기도 한 점입니다. 미국입장에서는 교육과 의료 부분은 개방이 이뤄져도 크게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과 우리의 여론을 감안해 판을 깨지 않으려 했다는 분석이 함께 나옵니다. 협상이 계속될 무렵 원정시위대는 색다른 시위로 차츰 워싱턴 시민들의 주목을 받습니다. 각종 시위에 익숙한 워싱턴 시민들에게도 세번 걷고 한번 절하는 이 생소한 시위방식이 이채롭기만 합니다. <인터뷰> 제니(워싱턴 시민) : “이런 식의 행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시위 방법입니다.” 촛불 시위와 상여시위, 인간 띠 잇기 시위까지 방식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미국 경찰의 협조 아래 시종일관 평화적 집회를 고수했다는 점에서 미국 국민들의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주재준(FTA저지운동본부 상황실장) : “다양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평화적으로 집회를 잘했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 시민들도 많이 호응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라고 협상에 찬성만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협상 과정에 대한 미국 사회의 반발이 곳곳에서 감지됐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발비나 황 연구원과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회, 우리가 협상에 있어 가장 중시하는 개성공단의 원산지 문제가 협상 카드가 될 수 없다는 극단적인 발언을 쏟아냅니다. <녹취> 발비나 황 : “나는 명백하게 말하겠습니다. 개성공단 문제는 어려운게 아니라 불가능합니다. 공화당 뿐 아니라 민주당도 개성공단 문제를 FTA 협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충격을 받았다는 기자들이 있을 정도로 그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녹취> 발비나 황 : “미국에게 남북 중 어느 한쪽에 선택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미국은 북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고 자칫 두쪽 다 포기하는 수가 있습니다.” 미국 우익의 이같은 시각은 앞으로의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전주곡이었습니다. 협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차츰 양측의 속내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합의조차 못해보고 끝나는 분과가 나온 것으로 농업과 섬유, 반덤핑 문제를 다룬 무역구제, 위생 검역 분과가 대표적입니다. 농업의 경우 미국은 전 분야의 완전개방을 요구했고 우리는 농업이 갖는 민감성을 내세워 긴급수입제한조치, 세이프 가드와 일정 부분이상 수입이 되면 높은 관세를 매기는 할당 관세제도의 유지를 주장해 협상이 결렬됐습니다. 반면 농업에서는 세이프 가드가 전혀 필요없다던 미국이 섬유에는 세이프가드가 필요하다고 나와 통합협정문 작성에 실패했습니다. <인터뷰> 최경림(한국 협상단 투자분과장) : “(세이프가드는 농업과 투자는 인정을 왜 안하죠? 자기들은 섬유에서는 요구하면서?) 지금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단계니까...” 또 우리는 미국의 반덤핑 제도 때문에 전체 수출액의 7%를 부과금으로 내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검토해보자는 말만 했습니다. 1차 협상의 결과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비교적 만족스럽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김종훈(한미FTA 한국수석대표) : “긴 여정의 첫단추를 잘 끼웠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우리 국민들이 마음과 지혜를 모아서 우리 대표단을 성원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 웬디 커틀러(미국측 수석대표)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어서 향후 협상을 위한 기초작업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1차 협상은 끝났지만 이제 본 게임은 다음달 서울에서는 열리는 2차 협상입니다.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아울러 양국의 입장만큼이나 차이가 큰 국내 여론을 하나로 수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현경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