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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 또 다른 지역에서 갈등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화약고라 불렸던 발칸 반도의 코소보와 세르비아입니다.

두 나라 사이엔 인종 청소, 전쟁과도 같은 길고도 깊은 악연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최근 코소보 북부 지역에선 양국의 갈등이 다시 폭발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귀수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르비아 국경과 멀지 않은 코소보 북부 도시 미트로비차.

차 한대가 좁은 도로를 난폭하게 달립니다.

뒤이어 소총을 든 남성들이 취재진 차량 옆으로 지나갑니다.

["저 앞에도 있어."]

총을 든 남성들은 잠시 주위를 살피더니 차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니다.

미트로비차 시내 중심부에선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귀를 찢을 듯 울리고, 도심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SNS에선 주민이 경찰차를 공격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조금전 이 곳에서 세르비아계 주민과 코소보 경찰 사이에 충돌이 있었습니다.

지금 들리는 사이렌 소리가 의미하듯 이 곳은 갈등의 땅입니다.

시위를 주도한 세르비아계 주민 체포 과정에서 벌어진 충돌인데, 이 과정에서 총격이 있었다고 한 주민은 전했습니다.

이번 폭력 사태의 시작은 지난 4월 말 치러진 지방선거.

세르비아계 주민이 90%가 넘는 미트로비차 인근 즈베찬에서 알바니아계 후보가 당선된 게 발단입니다.

코소보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투표를 거부했고, 3%대 투표율로 시장이 결정됐습니다.

그러자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알바니아계 시장을 거부하며 시위에 돌입했습니다.

[드라기샤 밀로비치/전 즈베찬 시장 : "우리는 코소보 당국의 특수경찰 투입으로 인해 야기된 북부 미트로비차 지역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싶습니다. 해결책은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선출된 시장이 물러나는 것입니다."]

매일 벌어지는 시위에 2천여 명의 세르비아계 즈베찬 주민이 거의 참여하다시피 합니다.

초반엔 시위대가 코소보 경찰, 나토 국제평화유지군과 물리적으로 충돌했습니다.

시위를 막던 나토 평화유지군 30여 명이 다쳤고 다수의 세르비아계 주민이 체포됐습니다.

[즈베찬 거주 세르비아계 주민 : "(지난 2주 간) 매일매일이 저에겐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매일매일이... 못하겠어요."]

코소보 북부 지역 갈등은 지난해 말부터 깊어졌습니다.

코소보 정부가 세르비아 자동차 번호판을 달지 못하게 하면서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반발을 불렀습니다.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세르비아는 세르비아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국경에 군대를 보내 군사적 충돌 일보직전까지 갔습니다.

알바니아계 주민들은 갈등의 배후로 세르비아 정부를 의심합니다.

범죄자들을 보내 갈등을 조장하고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는 겁니다.

[미트로비차 거주 알바니아계 주민 : "평화롭게 같이 살려면 우선 세르비아에서 보낸 범죄자들이 사라져야 합니다. 코소보에 사는 세르비아인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에요."]

두 나라의 갈등 양상은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닙니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 전쟁, 그리고 1998년 코소보 전쟁은 두 나라의 갈등의 골을 키웠습니다.

코소보는 2008년 분리 독립을 선언했지만 세르비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갈등이 커지자 국제사회는 뒤늦게 중재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와중에 또 다른 무력 충돌이 유럽땅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립이 격화하고 있고 인종, 종교, 역사 등 갈등 요소들이 얽혀 있어 해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코소보 북부 즈베찬에서 KBS 김귀수입니다.